# 결혼 전

- 서로의 다른 가치관 미리 탐색
- 배우자 성향 알고 실망 줄이기

# 3년 이내 초기 부부

- 자녀에 집중하는 아내의 변화
- 남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 중년 부부

- 결혼생활 뒤돌아보는 것 중요

5월이 가족의 달인 건 달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만큼 가족과 관련된 행사나 기사를 보면 '또야?' 하는 식상함도 따라온다. 하지만 항상 같이하는 사람이나 그들과의 관계를 조용히 곱씹을 기회가 자주 오지는 않는다. 그러니 한 해에 한 번쯤은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족 단위의 시작은 부부다. 최근에는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없이도 이뤄지는 가정의 형태가 가능하지만 그래도 가족은 남녀의 결혼으로 시작된다. 결혼은 배우자와 온 생을 같이 보내리라는 결심과 기대로 시작하는 일이다. 하지만 어떤 부부는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이유로 이혼이라는 각자의 길을 택한다.

최근 이혼전후상담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부산 수영구건강가정지원센터 이복숙 사무국장에게 건강한 부부 사이를 이뤄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 사무국장은 "이혼 상담으로 찾아오는 분들을 보면 이유는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다. 성격 차이라고 겉으로 말하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바닥에 깔렸다. 거기에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 가장 큰 불만을 드러낸다"고 답했다. 반대로 읽어보면 서로의 노력에 대한 인정이 있다면 여러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결혼한 지 3년 이내의 초기 부부에게는 그나마 애정이 남아 있고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마음이 있다. 이 사무국장은 "부부 생활주기에 따르면 이때는 배우자보다는 자녀에게 집중해 있는 기간이다. 이때 아내의 변화를 남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와 함께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경제적인 문제도 더욱 심각하게 대두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기 결혼 생활의 갈등을 줄일 방법을 제시했다.

결혼 전 '프리페어'라는 프로그램으로 미리 결혼 생활에 관해 이야기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결혼 후 맞게 될 상황을 관계 강점영역과 성장 필요영역으로 나눠 서로 가치관을 미리 탐색한다. 결혼 후 둘 사이의 사랑, 헌신 및 갈등에 대해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상대방의 성격과 습관을 좋아하는지 등의 다양한 항목으로 나눠 살펴본다. 그래야 결혼 후 배우자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황당한 상황을 맞지 않게 된다.

중년기 부부에서 가장 이혼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이미 두 사람 모두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해서다. 이들이 그때까지 이혼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직 자녀가 너무 어려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이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따라서 이 시기의 이혼은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미 결정된 이혼이라면 자녀 양육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가장 필요하다. 이때는 인리치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 주장 또는 적극적 경청 등 유용한 의사소통 기술을 배워야 한다. 배우자 간에 말이 안 통하면 어떤 갈등도 해결할 수가 없어서다. 여기서는 부부 양쪽의 가족 구성원을 담은 가족 지도를 이용해 배우자의 가족을 포함한 관계에 대한 논의를 해본다. 그 과정에서 잠복해 있던 불만이나 서운함 등을 비난 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무국장은 "5회차로 진행되는 이혼상담에선 서로에 대한 비난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비난을 감정적인 소모전 대신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이용하면 뜻밖에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70대 이상의 노년기에는 생각보다 이혼 비율이 높지 않다. 이 국장은 "요즘 나오는 졸혼이라는 형태를 택하는 분도 꽤 있다. 한집에 살지는 않지만 가족 행사나 부부동반 행사에는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서로의 감정이 나쁜데 겉으로만 좋아 보이게 하는 '쇼윈도 부부'와는 다르다. 서로가 각자의 생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시간과 공간을 분할하는 셈이다. 이 사무국장은 "졸혼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부부는 함께이지만, 따로 할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