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 담긴 코스요리 내놓는 곳
- 메인 참치 영상 1도서 이틀 저장
- 불필요한 지방 없애 담백한 맛

참치는 워낙에 덩치가 큰 생선이라 부위별로 맛이 다른 걸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근육 내 지방이 눈이 온 것처럼 하얗게 퍼져 있는 대뱃살 쪽이 고급 부위다. 입속에 넣었을 때 근육 내 지방이 체온에 녹으면서 주는 고소한 맛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여러 점을 먹기는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숙성 과정을 통해 참치의 느끼함은 줄이고 고소함을 끌어올린 곳이 있다고 해 찾아봤다.

	정참치는 영상 1도에서 참치를 이틀간 숙성시켜 불필요한 기름은 빼고 감칠맛과 고소함을 끌어올린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정참치(051-818-7770)는 지하에 있는 크지 않은 가게라 지나치기 쉽다. 간판도 크게 달지 않았다. 하지만 요리 하나하나에 쏟는 정성은 가게의 크기와는 비례하지 않았다. 이곳에선 참치 코스 요리만 내놓는데 다양한 참치 요리를 한 번에 맛보게 하려는 정철용 대표의 생각이다. 정 대표는 "영상 1도에서 이틀간 참치를 숙성시킨다. 급속 냉동된 참치가 해동과 숙성을 거치면서 불필요한 지방이 빠진다. 그래서 지나친 느끼함은 사라지고 참치살 특유의 고소함만 남긴다"고 했다.

참치가 나오기 전 전채요리에선 차갑게 만든 토마토 수프부터 맛봤다. 스페인에서 여름에 먹는 가스파초 같은 식감으로 시원하면서 약간 올려진 치즈의 고소함과 짭짤함이 더해 입맛을 돋웠다.

	참치내장 젓갈과 치즈를 감태에 싸 먹으면 고소함과 짭짤함이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다 전채 요리 중 눈길을 끈 것은 따로 있었다. 정육면체 형태로 썬 치즈와 참치 내장 젓갈, 감태를 한 접시에 담아낸 접시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젓갈과 치즈 둘 다 맛이 진한데 과연 어울릴까 싶었다. 젓갈의 비릴 수도 있는 맛을 치즈가 확 감싸고 느끼한 부분을 감태가 상쇄하면서 고소함과 감태의 섬유질 식감만 남아 아주 잘 어울렸다. 여기에 사케 한 잔으로 입을 씻어내면 '정말 안주로 훌륭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인인 참치는 접시가 아니라 거의 쟁반 크기의 원형 그릇에 담겨 나왔다. 정참치는 참치살을 썰어낼 때 무척 두툼하게 모양을 잡는다. 그래야 한입에 넣었을 때 입속이 꽉 차는 만족감이 오기 때문이다. 다양한 부위를 즐길 때는 기름기가 적고 살이 빨간 부위부터가 좋다. 정 대표는 "지방이 적은 부위는 간장에 좀 담가 놓았다 먹어도 맛있다. 지방 대신 담백한 살 맛이 그래야 잘 살아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치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은 간장을 찍지도 않고 고추냉이만 발라서 즐긴다. 그러면 고추냉이의 매콤한 맛과 참치 기름의 느끼함이 만나 서로의 장점을 살려주게 된다"고 귀띔했다.

	장어 뼈를 고아 만든 타래소스를 발라 구운 가지 초밥은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해 정말 가지가 맞나 의아할 정도다.

대뱃살, 중뱃살 등 기름이 많은 부위에 고추냉이를 좀 많다 싶게 올리고 간장에 찍어 입에 넣자 체온 때문에 참치 기름이 녹아 나왔다. 그야말로 별로 씹을 것도 없어 입속에 녹아드는 진한 맛에 '이래서 참치를 좋아하는구나'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거기에 특수 부위에 배꼽살이 더해져 오독오독 씹는 맛까지 갖췄다. 정참치에선 참치 한 판을 다 먹으면 한 번 리필도 해준다고 했다. 참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무척 환영할 인심이다.

이어 초밥이 나왔는데 가지 초밥이 가장 맛있었다. 가지를 살짝 구울 때 장어뼈 간장을 넣어 만든 타래 소스를 발라 만들었다. 가지 특유의 퍽퍽한 식감이나 냄새는 없고 달큼하면서 불향이 살짝 배어 있는 것이 정말 맛있었다. 정 대표는 "한 접시를 내더라도 정성을 담고 새로운 맛을 드리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