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서 사온 그릇·소품들로
- 중국·홍콩 중식당 온 듯 이국적

- 빵조각 사이 으깬 새우 가득
- 기름에 튀겨 고소한 멘보샤
- 국내산 냉장 닭만 사용한 유린기
- '와사삭' 소리내는 식감 놀라워
- 불향 진한 중화덮밥도 매력

중식은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음식이다. 그런 만큼 사람들에게 익숙해서 자기만의 독특함을 갖지 못하면 차별화가 어려운 메뉴이기도 하다. 많은 중식당 중에서 현지 같은 분위기에서 가볍게 여러 가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미미루의 유린기는 국내산 냉장 닭다리살만을 발라내 만들어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미미루(051-623-0251) '는 외관부터 눈에 확 띈다. 빨간색 외관의 가게가 맨션 1층에 자리 잡고 있어 마치 홍콩의 벌집같이 빼곡한 아파트 사이에서 본 듯한 가게다. 실내 역시 이국적이다. 내벽은 톤다운된 민트에 오래된 사진 같은 그림들이 즐비하다. 여성 초상화 같은 분위기의 독특한 담배광고가 현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이런 액자뿐 아니라 작은 소품도 모두 중국, 홍콩 등에서 들여왔다. 분위기에 맞는 재미있는 음식이 나올지 기대가 됐다.

	이국적인 소품으로 꾸민 미미루의 실내.

미미루 남천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는 멘보샤다. 멘보샤는 식빵을 4등분해 샌드위치 같이 만들어 튀긴 음식이다. 빵조각 두 개 사이에 으깬 새우를 가득 채워 넣었다. 사공승열 대표는 "멘보샤는 보기와는 달리 아주 손이 많이 가는, 정성을 들인 요리"라고 강조했다. 식빵은 밀대로 살짝 밀어 부피를 줄이며 밀도를 높여줬다. 잘라낸 그대로 튀기면 기름을 너무 많이 먹어서 느끼하기 때문이다.

4등분한 식빵 조각당 중새우 세 마리가 들어간다. 그래서 만들어져 나온 멘보샤를 잘라보면 정말 새우의 양이 많다. 새우는 본래 단맛과 감칠맛을 충분히 가진 재료다. 이것을 으깨서 속으로 만든 데다 기름에 튀기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식빵의 겉은 바삭하며 두툼한 속을 이룬 새우는 은근하게 달면서 탱글탱글하다. 으깼지만 튀겼기 때문에 식감이 좋다. 고소한 빵에 튀긴 새우살이라면 맥주를 곁들이지 않을 수 없다. 튀겼지만 덜 느끼한 것은 기름 온도를 처음에는 높여서 튀기다 나중에 낮추면서 재료가 기름을 덜 흡수하게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중국, 홍콩 등에서 직접 사온 독특한 장식물.

이어 맛본 유린기는 식감으로 놀라게 했다. 국내산 냉장 닭다리살만으로 만든 유린기는 한 입 씹으면 '와사삭' 하는 소리를 낸다. 표면에 묻은 전분이 튀겨지면서 이런 식감을 준다. 속은 다리살이 가진 탄력과 부드러움이 책임진다. 국내산 냉장 닭을 고집하므로 소금과 후추 외에 별다른 간은 없다. 유린기는 튀긴 닭다리살 위에 파채와 청홍고추를 얇게 썰어낸 것을 올려서 먹어야 제맛이다. 파의 아린 맛은 찬물에 담가 제거했으므로 파의 향긋함만이 남았다. 고추의 얼큰함과 새콤한 간장 소스가 더해져 튀긴 음식인지 잘 모를 정도로 깔끔한 맛이다.

여기에 튀김 요리용 만능 소스를 더하면 색다른 맛이 완성된다. 고추기름에 다진 마늘을 넣어 숙성한 것으로 기름 맛을 싹 날려주는 효과가 있다. 숙성하면서 아릿한 마늘의 강렬함은 줄이되 향긋한 향은 남아 있게 돼 모든 튀김요리와 궁합이 좋다고. 유린기를 맛볼 때 첫 한입은 소스 없이 고기와 바삭한 튀김옷에 집중했다. 그러다 숙성 마늘 소스를 더하자 새로운 매력이 다가왔다. 아주 담백하고 아삭한 마늘 치킨 같은 느낌이었다. 은은한 마늘 향이 식욕을 돋웠다.

	중화덮밥은 고추기름에 채소와 해물을 볶아내 뒷맛이 화끈하고 깔끔하다.

식사류 중에선 중화덮밥을 맛봤다. 각종 채소와 해물을 불향이 진하게 나게 고추기름에 볶아내서 국물이 약간 자작한 상태로 밥 위에 얹어 먹는 메뉴다. 볶은 상태로 육수만 부어주면 짬뽕이 된다고 설명하면 어떤 맛인지 금방 떠올릴 수 있다. 고추기름을 넉넉하게 써서인지 첫맛은 불향이 진하고 뒤에 매콤함이 확 올라왔다. 반숙한 달걀 프라이를 톡 터트려서 노른자와 양념, 밥을 비벼서 먹으면 좀 더 부드러운 매운맛을 즐길 수 있다. 채소의 아삭함은 살아있되 풍부한 불향이 입맛을 돋운다.

	멘보샤는 미미루 남천점에서만 매일 10그릇 한정으로 판매한다.

미미루에서 칭찬할 점은 음식을 담아내 오는 그릇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릇이 아니라 현지에서 골라서 사 온 것들로 요리의 맛과 멋을 살려준다. 사공 대표는 "음식 가격보다 그릇 가격이 훨씬 비싼 경우가 허다하다"며 웃었다. 그릇뿐 아니라 수저나 소품, 기물 모두 중국 느낌을 살려 마련했다. 음식은 맛뿐 아니라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겨 나오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진다. 미미루에선 식사류보다는 다양한 요리를 맛보는 걸 권한다. 접시당 가격을 2만 원 정도에 맞추되 양을 조금 줄였다. 여러 가지 요리를 맛보고 싶어 하는 요구에 맞춘 것이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