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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화 |
- 임진왜란 3대 대첩 명소 진주성
- 영남서 가장 아름다운 누각 촉석루
- 논개 충절 서린 의암·진양호 가볼만
봄꽃 열풍이 거세다. 이달 초부터 동백꽃 산수유 매화가 피고 지고 곳곳에서 벚꽃이 봉오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매주 봄꽃을 보러 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시간 내기도 어려운 데다 가계 부담도 만만찮아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야생화를 포함해 다양한 봄꽃과 숲의 생태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진주의 경남수목원을 찾는 건 어떨까. 이어 봄꽃 향기를 충분히 들이마셨으면 진주성과 진양호를 찾아보자. 진주성이 함락된 후 왜장을 껴안고 남강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논개의 마음이 느껴지려나. 참고로 이번 진주 여행은 걸어 다니는 코스가 많으니 여유 있게 음미하길 바란다.
■한자리에서 만나는 봄꽃
남해고속도로 진성IC에서 내려 마산 방면으로 9㎞를 달려 경남수목원을 만난다. 1993년 4월 5일 경남도립 반성수목원으로 개원한 뒤 2000년 2월 경남수목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전체 면적 56㏊에 총 10만여 본(1500여 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
정문을 지나 수목원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주차공간이 나타나는데 왼쪽에 있는 민속식물원부터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돈다. 민속식물원에는 전래동화 혹부리 영감을 본떠 만든 혹부리영감과 도깨비 조각이 있는 포토존이 보이고 그네 널뛰기 투호를 즐길 수 있는 체험존이 있다. 꽃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걱정이다. 대신 조선 후기 원예가이자 선비인 유박이 20년 동안 백화원이라는 정원을 가꾸면서 45종의 꽃과 나무를 9등급으로 나눈 '꽃과 나무의 품격(화목 9등급제)'이란 게시물을 발견한다. 봄꽃에 대비하면 매화는 1등급(뛰어난 운치), 영산홍은 2등급(부귀), 동백나무는 3등급(운치), 천리향은 4등급(운치), 수양버들은 5등급(풍부하고 화려함)에 속한다. 나라꽃 무궁화는 8등급에 그친다.
시계 방향으로 돌면 산림박물관(2001년 1월 개장)이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수목원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다. 1층 로비에는 300년 이상 된 거대한 소나무와 느티나무, 팽나무 등의 고사목이 전시돼 있다. 반대쪽에는 십이지상이 띠별로 다른 나무에 조각돼 있다. 산청 출신 국가주요무형문화재 제108호인 박찬수 씨의 작품이다. 2층은 산림 생태계를 보여주는 전시물이 많지만 정면과 좌우 벽면, 바닥면을 활용해 5분간 사계절 숲의 변화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마음을 여는 숲 영상관'과 '열두 달 나무 이야기'라는 나무 모양 조형물의 잎 부분에 영상을 펼쳐 4계절을 보여주는 '어울림의 숲'이 특히 눈에 띈다. 인근 무궁화전시관은 무궁화 개화 시기가 6~9월이어서인지 지금은 별달리 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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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홍 |
이제부터 봄꽃의 향연이 시작된다. 난대식물원으로 이동하면 영산홍, 하얀 붓순나무, 서향(천리향)과 백서향, 동백꽃, 연보랏빛 바람개비 모양의 빈카가 자태를 뽐낸다. 화목원으로 옮기면 매화가 한가득 피어 있고 자줏빛 꽃잎의 렌텐로즈, 노란 수선화도 화려함을 자랑한다. 분홍의 만첩홍매실나무, 조경수로 대접받는 미선나무도 있다.
열대식물원에서는 하얀 페인트를 뒤집어쓴 것 같은 무늬벤자민나무가 신기하다. 방문자센터 옆 철쭉원 인근 연못 주위에는 정자와 자전거를 타고 있는 피노키오 조형물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다. 뒤편 하트 모양 조형물에서 꼬마 아가씨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의 하트 모양 포즈가 예뻐 사진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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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양호공원 목련 |
■논개의 충절을 느끼다
차량으로 30분 정도 거리인 진주성(사적 제118호)으로 이동한다. 진주성은 1592년 10월 진주 목사 김시민이 3800여 명으로 왜군 2만여 명과 맞서 싸워 승리한 곳으로 한산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불리는 진주성 싸움을 한 곳이다. 하지만 여덟 달 뒤인 1593년 설욕을 노린 왜군 10만 명이 쳐들어왔을 때는 민·관군 7만 명이 모두 전사했다. 성곽 둘레는 1760m 높이는 5~8m이다. 1972년 촉석문 복원을 시작해 2002년 공북문 복원공사를 마지막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공북문으로 들어가 성곽을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면 조선 시대 대형총통인 현자·지자·천자총통이 놓여 있고 옆에는 김시민 장군 전공비, 촉석 정충단비가 있다. 호국의 종을 따라 돌아가면 영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누각으로 손꼽히는 촉석루가 서 있다. 고려 고종 28년(1241년)에 창건해 국보로 지정됐으나 6·25 한국 전쟁 때 불탄 이후 시민의 힘으로 1960년에 복원됐는데 그 이후 경남 문화재자료 제8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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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향 (천리향) |
논개의 충절이 서린 의암과 의기사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진주성이 무너지자 논개는 기녀로 변신해 왜장을 껴안고 남강으로 뛰어들었다. 논개가 뛰어내렸던 바위인 의암은 바닥넓이가 가로 3.5m, 세로 3.3m에 달한다. 그 옆에는 의암사적비가 세워져 있다. 비문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새겨져 있다. '그 바위 홀로 서 있고 그 여인 우뚝 서 있네/이 바위 아닌들 그 여인 어찌 죽을 곳을 찾았겠으며/이 여인 아닌들 그 바위 어찌 의롭다는 소리 들었으리요/남강의 높은 바위 꽃다운 그 이름 만고에 전하리'. 논개의 영정과 신위를 모신 사당인 의기사는 촉석루 옆에 기와로 지어져 있다. 진주성에서 왜군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바친 숭고한 7만 민·관군의 넋을 기리는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을 빼놓을 수도 없다. 영남포정사 앞에는 수령 이하 모두 말에서 내려 들어가라는 표석인 '하마비'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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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리 |
마지막으로 진양호공원을 찾는다. 진양호공원은 도도한 지리산의 물길이 모여 만들어진 낭만의 호수로 진양호반과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와 365개의 계단을 오르면 한 가지 소원이 반드시 이뤄진다는 일년계단(소원계단)이 있다. 진주랜드, 가족쉼터도 있다. 동물원은 현재 조류독감의 여파로 폐쇄돼 있다. 3층 전망대에 오르니 진양호반이 펼쳐진다. 논개의 충절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 인근 맛집
- 연꽃·치자꽃 향기나는 빵과 파이 가게 '진주연'
진주성 공북문 앞에는 지역특산품 빵을 파는 '진주연'이라는 가게가 있다. 타지 사람이 진주에 와서 진주와 진주문화와 연결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5년 9월 문을 연 이 가게는 맑은 연꽃 향기 가득한 연잎 가루와 치자꽃 향기 가득한 치자 가루를 사용해 빵과 파이를 만든다. 빵은 초코칩처럼 생겼고 파이는 예쁜 초코파이 같다. 이외에도 우리 밀로 만든 튀김소보루와 찐빵, 각종 비스킷도 판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300원짜리 튀김소보루 5개만 사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친절하게 제품에 관해 설명해주는 바람에 낱개로는 2000원이지만 6개 묶음으로는 1만 원에 파는 연잎·치자파이 팩을 추가로 샀다. 시식용 빵을 먹어보고 사도 늦지 않다. 글·사진=유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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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선나무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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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텐로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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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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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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