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랜드''문라이트' 작품상 각축

- 남우주연상
- 라이언 고슬링, 케이시 애플렉
- 2파전 될 듯

- 여우주연상은 노익장·젊은피
- 세대대결 양상

미국의 영화 시상식이지만 전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제89회 아카데미시상식은 오는 26일(현지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미국 코미디언이자 토크쇼 진행자인 지미 키멜의 사회로 열린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부문별 후보작이 발표돼 아카데미 시상식의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라라랜드'가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포함 13개 부문에서 14개 후보(주제가상 2곡)가 올라 화제가 됐고, '문라이트'가 8개 부문, '컨택트'와 '핵소 고지'가 각각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상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영화인이라면 손에 쥐고 싶어 하는 오스카 트로피가 어떤 후보작(자)의 품에 안길지 주요 부문의 수상 향방을 예측했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작들. 왼쪽부터 '라라랜드' '히든 피겨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핵소 고지'.

■89회 아카데미시상식 관전 포인트

후보에 아무리 많이 올라도 수상을 하지 못하면 '요란한 빈 수레'가 되고 많다. LA를 배경으로 자신의 꿈을 찾는 청춘남녀의 이야기를 로맨틱하게 그린 '라라랜드'는 지난달 8일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비롯한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전 부문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13개 부문에 오른 '라라랜드'가 얼마나 많은 오스카 트로피를, 어떤 부문에서 수상하느냐가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의 관전 포인트다. 특히 작품상, 남녀주연상, 감독상의 수상 여부가 주목된다.

또 한 가지는 흑인 후보자나 흑인을 다룬 영화의 수상 여부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남녀주·조연상 후보 20명이 전부 백인 배우여서 '백인만의 잔치'라는 비판과 함께 일부 흑인 배우와 감독들이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크리스 록은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과 동등한 기회를 원할 뿐"이라는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상 후보를 비롯해 남녀주·조연상 후보에는 흑인을 다룬 작품이나 흑인 배우가 눈에 띈다. 특히 한 흑인 아이가 청년이 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사랑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룬 '문라이트'의 수상 여부가 관심사다.

■작품상 후보 9편 올라

무려 9편이 후보작에 이름을 올린 작품상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하다. '라라랜드'와 '문라이트'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나란히 뮤지컬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아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백인 중심의 성향을 보인다는 점 때문에 '라라랜드'의 수상을 점치기도 하지만 반대급부로 '문라이트'에 영광이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런데 투표에 참여하는 아카데미 회원들이 감동 실화를 좋아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 전투에서 맨몸으로 75명의 부상자를 구한 데스몬드 도스의 실화를 영화화한 '핵소 고지'도 무게감이 있어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남우주연상 덴젤 워싱턴도 후보에

'라라랜드'에서 재즈피아니스트를 멋지게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과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형의 죽음 이후 조카를 위해 고향인 맨체스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게 되는 동생의 모습을 감성적으로 연기한 케이시 애플렉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쟁 실화의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를 연기한 '핵소 고지'의 앤드류 가필드나 한때 유망 야구선수가 쓰레기 수거인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펜스'의 덴젤 워싱턴도 기대해 볼 만하다.

■여우주연상 5파전

노익장을 과시한 명배우(이자벨 위페르, 메릴 스트립)와 연기파 젊은 배우(루스 네가, 나탈리 포트만, 엠마 스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성폭행을 당했지만 개인적 이유로 신고하지 못하고 직접 범인의 정체를 쫓는 인물을 연기한 '엘르'의 이자벨 위페르와 꿈을 좇는 배우 지망생을 연기한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 모두가 사랑한 퍼스트레이디인 재클린 케네디를 완벽 재연한 '재키'의 나탈리 포트먼이 유력 수상 후보다.

■감독상, 치열한 각축전

작품상 후보작을 연출한 감독 다섯 명이 후보다. 2년 전 '위플래시'로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한을 '라라랜드'로 풀어보려는 다미엔 차젤레 감독과 30대에 두 번째 연출작인 '문라이트'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이변을 준비하고 있는 케네스 로너건이 유력하다.

영화화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은 테드 창의 단편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연출한 '컨택트'의 드니 빌뇌브와 유명 배우이자 '아포칼립토' 이후 10년 만에 연출작을 내놓은 '핵소 고지'의 멜 깁슨 감독도 빼놓으면 서운하다.


■ 노미네이트 작품·배우
▶작품상-'컨택트' '핵소 고지' '히든 피겨스' '라이언' '문라이트' '펜스' '로스트 인 더스트' '라라랜드'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남우주연상-케이시 애플렉('맨체스터 바이 더 씨') 앤드류 가필드('핵소 고지') 라이언 고슬링('라라랜드') 비고 모텐슨('캡틴 판타스틱') 덴젤 워싱턴('펜스')

▶여우주연상-이자벨 위페르('엘르') 루스 네가('러빙') 나탈리 포트먼('재키') 엠마 스톤('라라랜드') 메릴 스트립('플로렌스')

▶남우조연상-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문라이트') 루카스 헤지스('맨체스터 바이 더 씨') 마이클 섀넌('녹터널 애니멀스') 제프 브리지스('로스트 인 더스트') 데브 파텔('라이언')

▶여우조연상-나오미 해리스('문라이트') 옥타비아 스펜서('히든 피겨스') 비올라 데이비스('펜스') 니콜 키드먼('라이언') 미셸 윌리엄스('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감독상-드니 빌뇌브('컨택트') 멜 깁슨('핵소 고지') 다미엔 차젤레('라라랜드') 케네스 로너건('맨체스터 바이 더 씨') 배리 젠킨스('문라이트')

▶외국어영화상-'오베라는 남자' '타나:지상 최고의 사랑' '랜드 오브 마인' '세일즈맨' '토니 에드만'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