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풍이 내리고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로 접어들면 대부분 갯바위낚시는 어종을 불문하고 낚시를 마감하게 된다. 겨울이 오면 꾼들은 그동안 사용하던 낚싯대를 접고 봄을 기다린다. 반대로 겨울이 오면 더 바빠지는 꾼이 있다. 학꽁치와 열기낚시를 즐기는 꾼들이다. 특히 부산 앞바다는 겨울이 오면 열기낚시가 꾸준히 이어져 전국에서 열기낚시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 많은 열기 외줄 낚시꾼이 찾는다.

	부산 남형제섬 앞 선상낚시 도중 한 낚시꾼이 주렁주렁 걸려 올라온 열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선상낚시 시즌 중 갈치낚시가 끝나는 12월 초를 전후해 부산권 열기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외줄낚시를 즐기는 꾼들은 부산뿐 아니라 멀리는 거제 통영 여수 제주권으로 갈치낚시를 다니다가 시즌이 종료되면 열기낚시로 돌아선다. 기장권 바다부터 송정과 해운대 앞바다를 거쳐 태종대 앞바다와 나무섬, 형제섬까지 전역이 열기낚시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내만권에서 열기낚시가 많이 이뤄지고 날씨가 좋으면 형제섬권에서 주로 이뤄진다. 특히 형제섬권 열기낚시는 씨알과 마릿수 조황이 좋아 부산 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다. 하지만 아무 때나 배만 타고 나간다고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아니다. 물색이 맑아지는 조금 물때가 아니면 낚을 수 없는 물고기이기 때문에 한 달 기준으로 겨우 며칠만 낚을 수 있다. 그래서 유능한 선장을 만나 포인트에 제대로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이 좋다면 바늘마다 열기가 걸려 올라오는 '몽땅걸이'도 가능하다.

열기낚시가 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열기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하고 깊은 바다 암반층에 살아 그물로 잡아낼 수 없고 낚시로만 잡을 수 있는 어종이기 때문이다. 또한 회로 먹으면 육질이 쫄깃해 고급횟감이 되고 조림을 해서 먹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열기낚시하기에 좋은 물때는 보통 12물에서 5물 사이의 물때가 좋다. 그외 물때는 조류가 빨라지고 물색이 탁해지기 때문에 열기가 잘 낚이지 않는다. 따라서 열기는 한정된 물때, 한정된 공간, 한정된 포인트에서만 잡히기에 희귀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열기낚시는 바늘이 10개 정도 달린 카드채비를 사용한다. 미끼는 주로 크릴을 사용하는데 오징어살을 얇게 썰어 미끼로 사용해도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다.

부산에서 열기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배는 전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요즘은 전용 장비를 갖춘 낚싯배가 등장해 더 나은 조과를 올리기도 한다. 전동 릴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에 전기장치는 필수적이다. 열기낚시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열기낚시 전용선을 타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바야흐로 겨울이다. 열기낚시를 학수고대하는 많은 꾼이 올해도 좋은 조황으로 가족의 입맛을 책임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박춘식 낚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