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영화에 볼링 더해 신선
- 스포츠 맘껏 즐기면서 찍어

그간 영화와 드라마에서 '젠틀'한 역할이나 카리스마 있는 악역을 맡아오던 유지태가 멋진 정장 대신 허름한 옷을 입고 밑바닥 인생에 도전했다. 영화 '스플릿'(9일 개봉)에서 유지태는 촉망받는 국가대표 볼링선수였으나 자동차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불법 도박 볼링판을 전전하는 철종 역을 맡아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극중 철종은 자폐 증세가 있는 천재 볼러 영훈(이다윗)을 만나 팀을 이뤄 도박을 벌인다.

	영화 '스플릿' 주연을 맡은 배우 유지태가 국가대표 볼링선수에서 자동차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불법 도박 볼링판을 전전하는 철종 역을 맡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스플릿'은 우리에게 생소한 도박 볼링의 세계를 그렸다. 개봉에 앞서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는 "도박영화인데 볼링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신선했다. 볼링은 왠지 1980년대에 유행했던 디스코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그런 느낌을 잘 살리면 이국적인 면과 한국적인 정서를 교묘히 섞일 수 있겠다고 생각 했다"며 영화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스플릿'이 도박 볼링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어둡고 냉혹한 세계 속에서 철종과 영훈 사이의 따뜻한 우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유지태가 철종 역을 맡은 이유도 밑바닥 인생의 모습과 휴머니즘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드보이'(2003)의 이미지로 저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 그 당시 성격파 배우가 되고 싶었고, 그 이후 아우라가 강한 역할이 들어왔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 쉽지 않다. 잘하는 연기를 변주해서 계속 하고 싶어 하지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고 하지 않는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철종 역은 기존의 연기 톤과 많이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 했다"며 '스플릿'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지태는 새로운 연기 도전을 위해 가장 먼저 자신에게 낯선 운동인 볼링 훈련에 들어갔다. "진짜가 돼야 한다는 일념으로 4, 5개월 훈련했다. 태어나서 딱 한 번 볼링을 쳐봤는데 이제 애버리지 점수가 180점 정도 된다. 나중에는 프로볼러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며 "볼링은 매력 있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스플릿'에는 유지태 외에도 이다윗과 이정현이 각각 천재 볼러 영훈과 철종의 도박 브로커 희진 역을 맡아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이다윗은 감독과 소통을 잘 하는 배우다. 이번에도 최국희 감독과 연기에 대해 잘 소통하더라. 이정현은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끝내주는 배우다. 영화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며 두 배우를 칭찬했다.

	영화 '스플릿' 주요 배경이 되는 볼링장. 오퍼스픽쳐스 제공

볼링을 치다 보면 보면 남는 핀도 있어 스페어 처리도 해야 하고, 통쾌한 스트라이크를 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배우 유지태에게 스페어는 무엇이고, 스트라이크는 무엇일까? "제작하기로 했다가 아직 크랭크인하지 못하고 있는 영화들이 있는데 이 작품들을 스페어 처리(제작)해야 하고, 아직 스트라이크는 없는 것 같다.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님과 선배 배우들이 빛났고 '봄날은 간다'는 흥행이 아쉬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스플릿'은 어떤 영화가 될까? "이 영화를 보면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릴 수 있을 것 같다. 할리우드 배우 우디 해럴슨은 도박 볼링을 소재로 한 '킹핀'을 찍으면서 즐겼다고 하더라. 저도 '스플릿'을 즐기면서 찍었다. 그런 만큼 관객들도 호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출연해 완벽주의자 같지만 허당끼와 빈틈을 자주 보여준 그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플릿'이나 '1박 2일'의 모습처럼 멋진 배우에서 친근한 배우로 점점 다가오고 있는 40대의 배우가 유지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