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보 도전기 다룬 성장 드라마
- 청춘에 '느려도 괜찮아' 메시지

- "평상시 모습 녹여 즐겁게 촬영
- 현재의 고민·미래의 불안 겪는
- 관객들 조금이나마 편안해지길"

영화 '써니'와 '수상한 그녀'에서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만점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충무로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심은경이 또 한 번 맞춤 캐릭터로 돌아왔다. 20일 개봉한 '걷기왕'에서 선천적 멀미증후군으로 세상의 모든 교통수단을 탈 수 없는 만복이 역을 맡아 심은경표 '달려라 하니'를 연기하는 것이다. '걷기왕'은 만복이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그녀에게 딱 맞는 운동인 경보를 시작하게 되면서 꿈을 갖게 되는 성장 드라마다. '무조건 빨리, 무조건 열심히'가 아닌 천천히 가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았을 때 진정 행복하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사진=이용우 기자

"이전에는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집착했는데 그런 생각이 착오였던 것 같다. 잘할 수 있는 연기에 매진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심은경. 만복이가 되어 청소년은 물론 어른에게도 진정한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심은경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기자 시사를 마치고 무척 밝은 모습이었다.

▶만족도가 높았다. 오랜만에 밝은 한국영화가 나왔다는 점도 좋았다. 시나리오 읽을 때부터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공감됐고, 제 영화이긴 하지만 스스로 힐링을 받았다. 현재의 고민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는 관객분들이 '걷기왕'을 보시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떤 점에서 힐링을 받았는가?

▶'걷기왕'은 배우로서 슬럼프를 겪고 회복 시기에 만난 영화다. 오래 전부터 평범한 일상적인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만복이라는 캐릭터가 그랬다. 그래서 10대 때 느꼈던 경험을 살려서 저의 솔직한 평상시 모습을 만복이 캐릭터에 녹였다.

-'수상한 그녀' '널 기다리며'에 이어 '걷기왕'도 혼자 이야기 전체를 끌어간다. 부담감은 없었나?

▶많은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수상한 그녀'와 '걷기왕'은 극을 이끌어간다는 불안감과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즐기면서 찍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연기를 즐기고 있었고, 현장 자체에 집중을 많이 했다. 그럴 때 최상의 연기가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물의 특성상 멀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꽤 리얼했다.

▶실제로는 멀미를 하지 않아서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멀미 장면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으면서 사실감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재진 오빠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멀미하는 장면에서는 살짝 과장되게 연기한 부분도 있는데, 백승화 감독님에게 재차 확인하고 여러 번 모니터했다.

-그래서 만복이는 어쩔 수 없이 버스를 못 타고 2, 3시간을 걸어서 등하교한다. 자신이 제일 많이 걸었던 시절은 언제인가?

▶유학 시절이다. 뉴욕 센트럴 파크의 북쪽 집에서 학교까지 20, 30분은 족히 걸렸는데, 분위기와 공기가 좋았다.

-꿈이 없던 만복이는 담임선생님 추천으로 경보를 하게 된다. 경보가 쉬운 운동이 아니라고 들었다.

▶실제로 배운 경보는 디테일이 많이 필요했다. 엉덩이나 골반을 움직이면 안 되고, 무릎도 굽히면 안 돼서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 만복이는 처음 경보를 시작하는 인물이라 너무 선수처럼 하지 않아도 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자주 만날 것 같다.

▶내년에는 '조작된 도시' '궁합' '특별시민' 등 영화 세 편으로 만날 것 같다. 또 연상호 감독님의 새 영화 '염력'도 내년 상반기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작품에 임하고 있으니 근 진심을 봐주셨으면 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