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활한 초원 '징기즈칸의 나라'
- 영웅의 기상·자존심 드러낸
- 수흐바토르·자이승 승전탑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 테를지 국립공원 가는 길목서
- 성황당 '어워'서 소원 빌고
- 유유히 흐르는 젖줄 톨강
- 불쑥 솟은 기암괴석에 감탄
- 유목민 처럼 말 타고 게르서 하룻밤
- 마음의 여유와 자유를 선물받다

한때 세계의 절반을 정복했던 '징기즈칸의 나라' 몽골 하면 광활한 초원이 떠오른다. 지금은 인구 300만 명이 일군 공업화를 발판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수도와 몇몇 도시를 제외한 초원지대에는 아직도 수많은 유목민이 옛날 방식의 삶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몽골은 세계인들에게 북방의 원시적 야성을 체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여행지로 꼽힌다.

몽골전통가옥인 게르와 초원, 기암괴석이 솟아 있는 테를지 국립공원 모습.

부산에서도 몽골로 바로 갈 수 있는 하늘길이 열렸다. 에어부산은 지난 6월부터 김해국제공항에서 매주 2회(화, 금) 울란바토르행 항공편을 정기 운항하고 있다. 가을의 초원은 어떨까? 그 매력을 찾아 몽골로 떠났다.

■세계 정복자의 기상 드러낸 상징물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승마체험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 앞에 펼쳐진 나무를 지나면 대초원이 펼쳐진다.

울란바토르는 해발 1300m 고원에 위치한 몽골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다. 시내 중심부에 수흐바토르 광장이 버티고 있는 게 특이했다. 몽골혁명의 아버지 수흐바토르가 1921년 울란바토르에 인민정부를 수립한 것을 기념해 1946년 그의 동상을 세우면서 광장에 이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광장에는 동서로 평화의 거리가 뻗어 있고, 남으로는 톨강이 흐른다. 광장은 울란바토르의 어느 지역이든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다. 정부종합청사와 독립 영웅들의 묘지, 역사박물관, 중앙우체국, 외무부 청사 등이 자리 잡았으니 몽골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당연히 외국인들에게 몽골 관광의 출발점으로 인식될 만한 곳이다.

대몽골제국 800주년 기념으로 세워진 징기스칸 마동상

울란바토르 남쪽에 있는 자이승 승전탑도 눈길을 끌었다. 이 승전탑은 몽골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1971년에 건립됐다.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승전탑은 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도 한다.

울란바토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몽골제국 800주년 기념으로 세워진 징기즈칸 마동상은 웅장했다. 몽골이 칸의 나라라는 것을 단번에 알게 하는 상징물이었다. 징기즈칸이 말을 타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동상이다. 몽골제국 36명의 왕을 상징하는 36개의 기둥 위에 들어선 높이 40m, 직경 30m, 무게 250t의 동상에서는 정복자의 기상이 느껴진다. 동상 안에서 말머리 쪽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도 이채로웠다. 말머리는 대초원을 조망하기에 딱 좋은 자리였다.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비는 소원

오르는 길이 108계단으로 되어 있는 아르야발 명상센터

앞선 여행지가 몽골의 역사적 명소라면, 테를지 국립공원은 자연의 명소다.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할 정도로 지형이 특이하고 경치가 아름답다. 울란바토르에서 1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고개 위에 세워진 어워(Ovoo)에 특별히 눈길이 갔다. 우리의 성황당과 비슷한 이미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워는 몽골인들이 복을 비는 민간신앙의 상징이다. 어워에 돌을 하나 올리고 주위를 돌며 소원을 비는 외국 관광객들의 얼굴에 신기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고개를 넘으면 테를지 국립공원 입구가 나타난다. 주변 풍경이 기이한 암벽을 가진 장엄한 산들로 일순간 바뀌고, 산 아래로 톨강이 유유히 흐른다. 길이가 약 820㎞에 달하는 이 강은 몽골 동북부의 젖줄이다. 강 주변에는 노란색을 뿜어내는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더해준다.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를 통해 공원으로 들어갔다. 테를지 국립공원이 몽골 최고의 절경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푸른 하늘과 기암괴석이 빼곡한 능선, 드넓은 초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특히 초원 위에 불쑥 솟아오른 기암괴석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초원에는 형상을 표현하기 어려운 기암괴석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압권은 거북바위였다. 커다란 거북이가 앉아 있는 모습을 한 이 바위는 웅장했다.

공원 내에는 명상하는 부처를 모신 아르야발 명상센터가 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명상센터로 오르는 계단은 108개로, 백팔번뇌를 상징한다. 계단을 다 오르면 센터를 둘러싼 법전 108개를 돌린 뒤 부처님께 절을 한다. 무념무상. 자리를 잡고 잠시 명상에 잠긴다. 조용히 뒷걸음으로 센터를 빠져나오면 눈앞에 대초원이 펼쳐진다. "여기가 바로 몽골이구나!" 풍경은 여행객의 말문을 막는다.

■"이곳에 마음을 흘리고 갑니다"

해질녁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 모습

승마 체험과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 체험은 몽골여행의 하이라이트다.

가이드의 주의사항을 들었지만, 승마체험은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말 위에 20여 분 앉아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들다 보면 두려움은 눈 녹듯 사라진다. 초원의 가을이 품에 안기라고 손짓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강과 나무, 초원이 어우러진 풍경이 마상의 여행자에게 밀려 들어온다. 이곳에서 하루만 승마체험을 하면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테를지 국립공원 기암괴석 중 하나인 거북바위.

말에서 내린 여행객을 게르가 맞이한다. 게르 주변에는 소와 말 등 가축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하늘에는 구름이 풍선처럼 이리저리 떠다닌다. 낙원이 따로 없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면 귓불을 스치는 바람과 함께 초원의 기운이 몸에 전해지는 듯하다. 일출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순간 심신이 후끈 달아올랐다. 상상력에 불을 댕기는 에너지가 온몸에 충만해지는 느낌이었다.

테를지 국립공원을 떠나올 때 현지 가이드가 두고 가는 물건이 없는지 잘 챙기라고 주의를 줬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이곳에 마음을 흘리고 갑니다."

글·사진=곽재훈 기자

취재협조=에어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