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의 가상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아수라'의 모든 인물들은 각자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고 끝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은 닫혀있고 통제되어 있다. 이런 영화의 느낌은 세트와 조명, 촬영으로 잘 표현된다.

	세트와 조명, 촬영으로 누아르 영화가 지닌 분위기를 강조한 영화 '아수라'.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안남시의 공간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최소 40, 50년 이상 세월의 질감이 느껴지는 건물, 골목, 공간을 찾아냈다. 로케이션이 불가한 장소는 실제 장소를 사진으로 촬영해 세월의 질감까지 고스란히 옮겨 세트로 제작했다. 자원상가 옥상, 청과물 시장, 외국인 거리, 격납고, 사격장, 장례식장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공간은 장근영 미술감독의 지휘 아래 새롭게 재창조됐다. 특히 누아르 장르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블랙 컬러와 강한 콘트라스트를 이용해 인물이 두드러지게 하는 미술적 장치를 곳곳에 심었다.

또한 김성수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스태프들에게 실제 범죄 르포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머릿속에 그려왔던 '아수라'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제작진은 필름 누아르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조금씩 발췌, 화면의 닫힌 구도와 탑 라이트를 이용한 한정적 조명을 사용해 화면 안에 어둠이 적극적으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한국영화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광원을 직접 프레임 안으로 끌고 들어와 불균질한 느낌을 주는 방법을 이용, 빛과 어둠의 콘트라스트를 강화시켰다.

반면 카메라는 인물들에게 밀착시켜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카메라가 같이 느끼고, 그것을 관객들이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인물에게 밀착된 카메라의 움직임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며, 악인들의 지옥도를 더욱 리얼하게 담아냈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