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뉴욕 시민들은 가슴을 또 한 번 쓸어내려야 했다. 뉴욕주 동부의 허드슨 강에 여객기가 비상 착수하는 장면은 9·11 테러 사건을 겪은 뉴욕 시민들에게는 악몽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는 US 항공 1549편이 이륙 후 새떼로 인해 양쪽 엔진을 못 쓰게 돼 불시착한 사건이었지만 천만다행으로 150명의 승객과 5명의 승무원 모두 구조됐다. 1200여 명의 뉴욕시 구조대원들과 해안경비대는 잠수부를 동원해 구조작업에 나섰으며, 이 사건은 '허드슨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뉴욕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됐다.
세계적인 거장이자 배우인 클리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명배우 톰 행크스는 여객기가 불시착되는 과정과 구조작업은 물론 사건 이후 일어났던 비하인드 스토리에 관심을 가졌다. 초유의 불시착 상황에서 전원이 살아남았지만 국가운수안전위원회는 공항이 아닌 허드슨 강에 착수한 설리 기장의 선택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며 그를 청문회에 제소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객기 비상 착수를 시작으로 설리 기장이 2월 24일 의회가 여는 'US 항공 1549 사건' 청문회에 참석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허드슨 강의 기적'을 재구성한다. 세월호의 아픔을 겪은 우리에게는 기장으로서 본분을 잊지 않는 설리와 재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구조대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비행기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위급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승객과 승무원을 모두 내보내고 마지막으로 구명보트에 내리거나 구조된 후에도 계속해서 승객의 안부를 묻는 설리나 비상 착수 4분 만에 온 첫 구조선과 1월의 차가운 강 속에 뛰어드는 구조대의 모습은 감동스럽다. 반면 공항이 아닌 허드슨 강으로의 비상 착수가 잘못된 선택이라며 설리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국가운수안전위원회의 모습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는 설리가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낸 보통 사람이다'라는 주제로 마친다. 개봉 28일.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