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봉한 영화 '아수라'에서 말기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비리 행각을 벌이는 형사 한도경을 연기한 정우성.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을 비롯해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등 마초 향기 가득한 남자들이 뭉친 '아수라'는 죄악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비리 형사와 그의 후배 형사(주지훈), 그리고 악의 상징인 악덕 시장(황정민), 시장을 잡으려는 특수부 검사(곽도원)와 검찰수사관(정만식) 등이 생존을 위해 펼치는 핏빛 아수라장을 그린다.

말기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비리를 저지르는 형사 한도경을 연기한 정우성은 지옥의 늪에서 빠져 허우적대는 인물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이제는 '아수라'에서 빠져나와 멋진 모습으로 돌아온 정우성을 지난 27일 만났다.

-김성수 감독과 다섯 명의 남자배우가 뭉치니 '의리 의리'한 느낌이었다. 영화에도 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함께 등장할 때부터 그 분위기가 있었다.

▶당시 이슈를 만들자고 했던 것은 아니다. '아수라'의 부산 촬영이 있었는데, 참석 요청이 있어서 얼굴을 비추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서 가자고 했다. 영화 톤에 맞춰서 함께 봉고를 타고 갔다. 이 영화의 지나온 과정을 보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 같다.

-'아수라'의 한도경은 한국 누아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다. 어떤 면에 매료돼서 출연하게 됐나?

▶솔직히 시나리오를 읽고 매료되진 않았다. 어떤 인물인지를 찾아가는 느낌이었고, 그러면서 차츰 매료됐다. 한도경은 비도덕과 비양심, 폭력이 자연스러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처절한 액션도 많지만 특히 카체이싱 장면이 인상적이다. 대역을 써도 되는데 위험한 카체이싱을 직접 연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카체이싱은 시장과 검사, 양쪽에 끼인 한도경의 스트레스가 완전히 폭발하는 장면이다. 감정이 증폭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얼굴이 작게 보이더라도 한도경의 심리상태가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해서 직접 연기했다. 어느 순간 김 감독님이 무전으로 "우성아 다 좋은데 욕은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렇게 욕을 많이 했는지 몰랐다. '아수라'는 매순간 몰입했던 것 같다.

-황정민, 곽도원, 정만식, 주지훈 등 누아르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센 놈을 만나야 더 세진다. 캐스팅 소식을 듣고 기대됐다. '나도 한번 놀아볼 수 있는 기회가 왔구나' 했다.

-절친인 이정재 씨는 어떤 말을 하던가?

▶촬영 중간에 인상이 변해가는 모습 보고는 "많이 힘든가 봐요" 하더라. 영화를 보고나서는 "부럽다"며 "앞으로 10년, 20년 계속 회자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과 15년 만에 다시 만났다. '아수라'는 어떤 의미인가?

▶김 감독님은 자신이 구축한 세계관을 치열하게 보여줬을 때 진짜 재미를 얻을 수 있고 영화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아수라'는 관계가 지닌 폭력, 사회 시스템이 숨겨놓은 폭력이 눈에 보이면 얼마나 아프고 참혹한지를 드러낸다. 좋은 작품을 만들었고,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