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함지갑부터 핸드백까지
- 한땀한땀 정성 들여 만들면
- 자신만의 개성 담기고 성취감
- 초보자도 클러치·팔찌 뚝딱
- 비단뱀 등 특수피혁소재 인기

'명품보다 중요한 건 개성'. 개성의 시대, 가방이나 지갑 하나라도 자신만의 것을 갖기 원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한 명품이라면 이런 욕구를 충족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다수의 시민에게 '그림의 떡'인 데다 명품 중에서도 세상에 단 하나만 있는 것은 드물다. 많은 돈이 들지 않으면서 개성적인 수요를 성취할 수는 없을까? 명품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면 방법은 있다. 직접 만드는 거다. 물론 제조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이 더디고 어렵지만, 그렇게 탄생한 제품에 깃든 땀과 정성이 고생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가죽공방이 그 한 예다. 가죽공방에서는 특수피혁이라 불리는 가죽이 인기를 끈다. 특수피혁은 악어·비단뱀·타조 가죽 등 흔히 접하기 어려운 가죽들을 말한다. 악어 가죽은 특수피혁 중에서도 고가인 데다 다루기가 어렵다. 타조 가죽은 오돌토돌 튀어나온 모공 부위만 쓰는 경우가 많아 악어 가죽 다음으로 비싸다. 그래서 가죽공방 수강생 사이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게 비단뱀 가죽이다. 원단 가격에 대비해 완제품의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원단 가격은 마리당 30만~40만 원대이지만, 완제품 값은 그 10배 이상이다.

핸드백은 손잡이나 가방 모양을 재단하기 까다로워 가죽공예 초보자들은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종이를 접듯 평면적인 디자인으로 만드는 클러치는 초보자도 가능하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가죽공방 바이두룸의 최경아 실장은 "화려한 색으로 염색하거나 밝은 회색으로 뱀 가죽의 비늘 느낌을 최대한 살린 색상이 이번 여름에 인기를 끌어 이런 원단으로 여름용 클러치를 제작하는 수강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클러치는 한 주에 3시간 만들 경우, 4번 정도의 수업으로 완성할 수 있다. 가방 제작에는 8~10번의 수업이 필요하다.

비단뱀 가죽으로 가방을 만드는 데는 한 마리 분량이 들어간다. 같은 양의 원단으로 클러치 하나와 지갑 두 개를 만들 수 있다. 비단뱀 가죽은 얇고 부드러운 데다 소가죽보다 질기고 내구성이 좋아 가방이나 지갑의 재료로 적합하다. 다양한 색상의 염색도 가능해 매력적이다. 최 실장은 "비단뱀 가죽은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을 엄밀히 지키고 있는 것만 쓴다"며 "그렇지 않은 가죽은 세균들로 오염돼 있어 만지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했다. 원단은 주로 인도네시아 일본 스페인 등지에서 들여온다. 그 가운데 염색과 손질 솜씨가 뛰어난 일본과 스페인 원단의 가격이 더 비싸다.

가죽공예 초보자는 특수피혁을 다루지 않는다. 재단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무늬가 없는 소가죽으로 연습해 숙달되면 특수피혁으로 만든다. 핸드백은 실력이 쌓여야 만들 수 있어 팔찌나 명함지갑 등 크기가 작고 손바느질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 최 실장은 소가죽으로 명함지갑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다. 촉감이 촉촉한 이탈리아 소가죽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미리 그린 본을 따라 가죽을 자른 뒤 접착제를 발라 붙였다. 이어 포크를 닮은 '목타'라는 도구로 가죽에 구멍을 뚫었다. 바느질을 하기 위해서다.

바느질은 '새들 스치티' 기법으로 했다. 실을 꿴 바늘 두 개로 하는 이 바느질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에서 가죽으로 말안장을 만들 때 쓰는 기법인데, 완제품의 모습이 아름답고 튼튼하다. 가죽공예에서는 쓰는 실도 조금 다르다. 면사와 합성사가 있는데, 면사가 내구성이 더 좋다. 하지만 면사는 바느질을 하다 보면 올이 일어나면서 풀려버리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면사는 비즈왁스로 실을 코팅 해가면서 써야 한다. 합성사는 색상이 다양한 게 강점이다.

바느질이 끝나면 가죽 모서리에 채색하는 엣지코트 작업을 한다. 가죽과 비슷한 색상을 쓰면 깔끔하고, 튀는 색상으로 칠하면 개성이 있어 보인다. 가죽공예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작업은 힘들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제품을 가질 수 있다는 자긍심이다. 바이두룸 수강생 이윤정(29·남구 대연동) 씨는 "가죽공예를 배운 뒤 지갑을 산 적이 없다"며 "시계줄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니까 나만의 것이라는 만족감이 무척 크다"고 말했다.

◇ 나만의 가죽 명함지갑 만들기

1. 원하는 가죽에 본을 대고 재단한다.

2. 명함지갑을 만들 가죽 양쪽 모서리에 접착제를 발라 붙인다.

3. 도구로 바느질 구멍을 뚫는다.

4. 실은 가죽의 색상과 질감에 맞는 것으로 고른다.

5. 면사를 두 개의 바늘에 끼워 새들 스티치 기법으로 양쪽을 바느질한다.

6. 왼쪽은 비단뱀 가죽으로 만든 명함지갑, 오른쪽은 소가죽으로 만든 명함지갑.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