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 위해 전국 누빈 김정호 역
- 9개월 동안 10만6240㎞ 대장정

- "역사기록 적어 연기 어려웠지만
- 배우로서 가치 있는 투자였다"

누구보다 친근한 배우 차승원이 조선 팔도를 누비는 지도꾼 김정호가 되어 관객과 만난다. 그는 충무로의 승부사인 강우석 감독과 호흡을 맞춘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개봉 7일)에서 권력과 시대의 풍랑 속에서 지도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김정호 역으로 소탈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tvN '삼시세끼'를 비롯한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편안하면서도 묵직한 카리스마가 김정호의 삶 속에 묻어난다. 물론 사람 좋은 웃음과 해학도 함께한다.

	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조선의 진짜 지도를 만들기 위해 두 발로 전국 팔도를 누빈 김정호처럼 영화 촬영을 위해 9개월간 10만6240㎞의 대장정을 마친 차승원은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자신의 삶을 담은 인생 연기를 펼쳤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차승원의 다채로운 연기를 볼 수 있다. 시나리오 읽고 어떤 느낌이었나.

▶만일 처음부터 지도에 대한 열정이나 딸에 대한 사랑 등의 감정 신이 등장했다면 이 영화를 안 했을 수 있다. 중반까지는 헐렁함, 빈 구석이 있는 김정호의 모습이어서 그 안에 내 색깔을 입혀서 연기한 후,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감정을 연기하면 극적인 변화를 더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웃음과 감동이 섞여 있어서 이야기도 잘 흘러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헐렁한 면모가 있어서 극 초반에 "삼시세끼"라는 대사를 해도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시나리오에 '삼시세끼'나 '내비게이션' 같은 대사가 있어서 갸우뚱했다. 좀 과한 느낌이 있어서 해도 될까 했다. 그래서 스태프에게 물었는데 찬성이 많았다. '삼시세끼'의 나영석 PD도 이 대사가 있는 것을 안다. 영화를 보면 그 부분에서 웃을 것이다.

-김정호에 대한 남은 기록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 속 김정호의 에피소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원작인 박범신 작가님의 소설 '고산자'에서도 디테일한 부분이 없었다. 김정호에 대한 기록 중 식민사관에 의해 왜곡된 것도 많았다. 예를 들어 대동여지도 목판본을 다 태웠다는 것과 같이 말이다. 우리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단 한 번도 백두산에 가보지 않았을까?' '당대 최고 권력가 흥선대원군이 김정호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상업영화라서 영화적 재미와 역사적 사실을 잘 섞어야 했는데, 적어도 우리 영화를 보고 식민사관에 의한 영화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드라마 '조선왕조 500년'을 보고 '그 시대 인물들이 저랬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 청소년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김정호는 저렇게 살았구나'라고 할 것 아닌가. 그런 부담감이 있었다. 솔직히 김정호는 아직도 잘 알 수 없는 인물이지만 지도에 대한 열정을 생각하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제 추정이다. 또 대동여지도 목판본을 만들어 지도가 필요한 백성을 위해 많이 찍으려고 했으니까 사리사욕보다는 백성을 위하는 삶이기도 했다.

-차승원에게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어떤 의미인가?

▶한 인물을 이렇게 끌고 가는 영화가 별로 없다. 1년간 촬영하면서 배우로서는 많은 생각을 했다. 관객들이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배우로서는 가치 있는 투자였다. 전 연령층에게 소구할 수 있는 영화고, 또 개봉 시기가 추석이고 전 연령층이 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흥행에 대한 기대가 있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