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10월 뉴욕 카네기 홀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음치 소프라노 가수인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의 공연이 펼쳐졌다. 넓은 카네기 홀 3000석은 전석 매진됐는데, 음치인 플로렌스는 어떻게 카네기 홀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펼칠 수 있었을까?
노래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플로렌스는 자신이 음치인지 모르는 소프라노 가수다. 그의 남편이자 매니저인 베이필드는 플로렌스의 공연 때마다 악평을 막느라 정신없고, 피아노 연주자 맥문은 어느새 그녀의 맞춤형 연주자가 되어 있다. 어느 날 플로렌스는 카네기 홀 공연을 선언하고, 베이필드와 맥문은 그녀의 어마어마한 미션에 동참하게 된다.

자신감 하나만큼은 전 세계 소프라노 가수 중 최고인 플로렌스의 카네기 홀 공연 도전기를 보고 있노라면 실소가 터진다.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플로렌스의 돈을 노리고 그녀의 노래를 칭찬하는 저명한 음악가들이나 악평을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베이필드, 어이없어 하며 연주하는 맥문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플로렌스의 노래가 아름답게 들리기 시작한다. 노래를 사랑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그녀의 진정성이 점점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이다. 특히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소프라노 가수의 꿈을 잃지 않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이런 감동을 더욱 배가시키는 것은 바로 메릴 스트립이다. 이미 영화 '맘마 미아!'를 통해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인 바 있는 그녀는 이번에는 더 연기하기 어렵다는 음치에 도전했다. 엉망진창인 음정과 박자로 노래를 부르면서 플로렌스의 노래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담아내는 연기는 왜 메릴 스트립이 최고의 여배우인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여기에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인 휴 그랜트가 베이필드 역을, 드라마 '빅뱅 이론'으로 친숙한 사이몬 헬버그가 맥문 역을 맡아 드라마에 재미를 준다. '더 퀸' 등 실존 인물을 영화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영국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의 연출도 인상적이다. 개봉 24일.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