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왕자 '타잔'이 돌아왔다. '타잔'은 1912년 미국의 소설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단편소설 '유인원 타잔'으로 처음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와 TV시리즈,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재생산됐다. '타잔'을 상징하는 의성어인 "아아아아~"는 유성영화 '타잔' 1호인 조니 와이즈뮬러가 낸 소리다.
'레전드 오브 타잔'은 원작 속 타잔을 밑그림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타잔은 아프리카 밀림을 떠나 존 클레이튼 3세가 되어 영국 런던에서 아내 제인과 도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백인의 탐욕 때문에 노예가 되고, 밀림이 파괴되는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콩고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콩고의 다이아몬드를 노리는 레온 롬에게 제인이 납치되고, 존 클레이튼 3세는 아내와 밀림을 지키기 위해 다시 타잔이 된다.

'타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나무와 나무를 타고 날아다니고, 밀림의 동물들을 호령하는 타잔의 모습일 것이다. '레전드 오브 타잔'은 기대에 부응한다. 타잔이 높은 절벽에서 밀림 속으로 떨어져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장면은 시원하다. 이 장면은 '태양의 서커스' 공연의 공중그네 예술가가 직접 동작 연출을 맡았다. 또한 밀림을 파괴하는 백인들의 마을로 동물 떼가 돌진하는 장면은 웅장하다. 타잔과 제인의 애틋한 사랑도 감미롭고, 타잔과 고릴라의 우정도 잘 그려진다. 무엇보다 멋진 근육의 타잔을 보는 맛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갈등구조를 만들다보니 오히려 '타잔'이 지닌 본연의 재미는 반감되고 말았다. 너무 진지해진 타잔 캐릭터를 관객은 원하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액션 장면들을 제외한 다른 액션 장면들은 어설픈 느낌이다.

'레전드 오브 타잔'은 과거 '타잔'의 향수를 달래긴 하지만 새로운 '타잔'의 탄생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모자라는 영화다. 개봉 29일.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