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본사 '카멜리아 티 하우스' 홍차만 취급
- 여왕 생일 기념 茶 '퀸즈 버스데이 블렌드'
- 쟈스민 꽃봉오리 부드러운 꽃향기 한가득
- 취향별 37종 만끽…마카롱 쿠킹 클래스 눈길

한국의 어느 골목을 가더라도 커피숍을 적어도 하나는 만날 수 있다. 프랜차이즈든 작은 동네 커피숍이든 말이다. 반면 홍차 전문점은 보기 어렵다. 최근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앞에 37종의 홍차를 맛볼 수 있는 찻집이 생겨 눈길을 끈다. 부산대 패션의 거리에 있는 '인디저트(051-515-6800)'다. 이 찻집은 영국에 본사를 둔 '카멜리아 티 하우스'의 홍차만을 취급한다. 인디저트에 들러 정통 영국 홍차의 맛을 음미했다.

화이트 아프리콧 차

인디저트는 매장 한쪽에 시음 코너를 마련해 놓았다. 따뜻하게 우린 차와 차게 우린 차를 모두 비치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차갑게 우린 홍차에는 꿀을 섞어 마시기 좋게 했다. 매장 다른 쪽에는 차를 마신 뒤 마음에 들면 구매할 수도록 다양한 차를 진열해 뒀다. '퀸즈 버스데이 블렌드'부터 맛봤다. 이 홍차는 얼마 전 90세 생일을 맞은 영국 여왕을 위해 만든 제품이다. 퀸즈 버스데이 블렌드는 고급 홍차와 녹차 잎에 쟈스민 꽃봉오리와 장미 꽃잎이 들어가 부드러운 꽃향기를 풍긴다. 베르가못 오일의 향과 오렌지 껍질도 가미돼 청량감까지 더해줬다. 홍차 하면 생각나는 쓴 뒷맛은 전혀 없었다.

사진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90세 생일을 기념해 출시한 퀸즈 버스 데이 블렌드. 은은한 꽃향기와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김수인 인디저트 대표는 "퀸즈 버스데이 블렌드에는 차 중에서 아주 고급으로 꼽는 백차가 들어 있다"며 "백차는 우려낸 색이 아주 연하다. 그 중에서도 말린 잎에 하얀 솜털이 보여서 전체적으로 색깔이 희게 보이는 것이 최상품이다"라고 설명했다. 백차 중에는 1㎏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것도 많다고 했다. '화이트 아프리콧(살구)차'도 마셔봤다. 백차에 아프리콧 말린 과육이 들어가 있는 차로, 어릴 때 많이 씹었던 풍선껌의 향기가 진하게 나면서 떫은 맛은 없었다. 백차는 잎이 워낙 여려서 80도 정도로 약간 식힌 물로 우려야 한다. 부드럽고 연해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부담감이 없다.

카멜리아 티 하우스의 시그니처인 '카멜리아 웰컴티'는 쟈스민과 살구에 골드마리 꽃잎이 들어가 다른 차들보다 향이 강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마니아들에게는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이 찻집은 주로 찻잎에 꽃잎이나 말린 과육, 껍질 등을 섞어 만든 차를 내놓는다. 어느 곳에서 생산한 차를 선택하고, 거기에 어떤 과일과 꽃잎을 배합하느냐는 각 티 하우스별 영업비밀이다. 아쌈같이 생산된 지역의 이름을 딴 것은 '오리진 티', 향기 나는 오일을 첨가한 차는 가향차라고 한다. 자주 접할 수 있는 얼그레이는 베르가못 오일을 넣어 만든 것이다.

매장 2층 벽을 수도꼭지로 꾸며 계곡처럼 물소리를 들으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인디저트는 건물 1, 2층은 찻집, 3층은 마카롱 쿠킹 클래스, 지하는 김수인 대표가 7종의 디저트를 요리하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김 대표는 영국의 르꼬르동 블루에서 설탕 공예(슈가 크래프트)와 케이크 등 디저트류를 만드는 공부를 3년 했다.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디저트 중 하나는 밀푀유. 파이 반죽이 1000겹이라고 해서 밀푀유라고 불리는 이 디저트는 바삭바삭한 파이 사이에 녹진하고 달콤한 크림 파티시에가 들어가 있다. 먹을 때 파이가 부스러질 수밖에 없어 우아하게 먹기는 어렵다. 김 대표는 "그래서 프랑스에선 밀푀유를 실연당하면 집에서 혼자 파이를 마구 부수며 먹는 과자라고도 한다"며 웃었다. 아프리콧과 얼그레이 블로썸을 넣은 크림으로 만드는 홍차롤도 인기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