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물건 다 꺼내는 게 첫 단계
- 파일 스탠드에 세우면 공간 절약
- 종류별로 바구니 담아 라벨 붙여

단순하게 살려면 자신이 가진 물건부터 정리해야 한다. 꼭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살면 집 안이 어지럽혀질 가능성이 작아진다. 물건의 자리까지 정해 항상 제자리에 두면 집 정리는 더는 골칫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생활공간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김화영 지사장이 문구류인 파일 스탠드에 프라이팬을 세워서 넣고 있다. 이러면 수납공간도 절약되고 꺼내 쓰기도 쉽다.

베리굿정리컨설팅 부산지사(지사장 김화영)는 최근 부산 사하구 다대동 109㎡형 아파트의 부엌 정리를 의뢰받았다. 냉장고를 제외한 싱크대, 부엌 수납장 정리가 의뢰 내용이다. 김 지사장은 의뢰인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부엌 가운데에 돗자리부터 깔았다. 그는 "그릇이나 물건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물건들을 다 꺼내놓는 게 정리의 첫 단계"라고 했다. 부엌 살림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물건이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함께 있어야 함에도 흩어져 있는 물건이 드러난다. 이 집도 녹즙기 본체와 칼날은 싱크대 선반에, 착즙망은 식탁 옆 수납장에 들어 있었다. 그는 "정리하지 않으면 물건을 찾지 못해 새로 사게 되니 헛돈을 쓰고, 수납공간도 낭비하게 돼 겹손해"라고 했다.

부엌 싱크대와 수납장을 싹 비운 뒤 물티슈로 가볍게 안을 닦아내고 물건 자리 잡기에 나섰다. 접시는 다리가 달린 선반을 이용해 아래위 2층으로 쌓았다. 그 대신 아래에 들어가는 접시는 넣고 빼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개수를 조절했다. 접시 스탠드도 효율적인 수납기구다. 책을 꽂듯이 접시를 세워서 넣는 기구다. 이러면 공간을 종전보다 3분의 1 이상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싱크대 안의 공간도 재편할 수 있다. 상부장의 선반 아래 버팀쇠를 잡아 뺀 뒤 상부장의 높이를 조절해 이용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접시 선반은 싱크대 상부장에서 손이 잘 닿는 곳에 두고 접시를 수납하면 좋다. 접시 스탠드도 마찬가지다. 문구류 파일 스탠드에 프라이팬을 세워 정리하는 게 특히 눈길을 끌었다. 프라이팬은 손잡이 때문에 쌓아서 보관해도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데, 둥근 부분을 파일 스탠드에 넣고 손잡이를 빼 놓으니 싱크대 하부장에 쏙 들어가고 꺼내 쓰기도 편했다.

자주 쓰지 않는 커피잔 세트가 보였다. 김 지사장은 "컵과 컵받침을 한곳에 둬야 쓰기에 편하다"며 "손님이 왔을 때 얼른 꺼내야 하니 컵 아래에 두거나 위에 덮어 두면 되고, 자주 쓰지 않으니 싱크대 상부장의 맨 위가 적당한 자리"라고 했다. 물건에 걸맞은 자리를 잡아주면 그 다음은 만사형통이다. 설사 어질러졌다 해도 원상복귀하는데 30분에서 1시간이면 된다.

싱크대를 마무리하고 가스레인지 아래 서랍장을 열었다. 투명랩, 비닐봉지, 국자, 가위 등 자주 꺼내 써야 하는 물건들이 뒤섞여 있었다. 서랍 안에 물건들이 종류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좁고 긴 흰 바구니를 여러 개 넣어 공간을 나눴다. 서랍장 속은 이렇게 하면 가장 확실히 정리된다. 단, 수납바구니를 사기 전에 서랍장 내부 크기를 정확히 재는 게 중요하다. 물건별로 넣어주니 서랍을 열었을 때 한눈에 파악되고 보기도 좋다.

마지막은 식탁 옆의 식료품과 주방용품을 넣는 수납장. 어른 키보다 큰 수납장이 꽉 차 있었다. 여기에도 수납바구니를 넣고 바구니에 보관 물건의 이름을 써서 붙였다. 라벨링이라고 하는데 아이들 물건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과 같다. 외부인이 봐도 어떤 물건인지 알 수 있어야 제대로 정리가 된 것이다. 수납장에서 가장 많이 버린 물품은 약이었다. 아이들 감기 시럽, 홍삼음료 등의 건강식품, 영양제 등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 많이 나왔다. 김 지사장은 "다른 집에서도 가장 많이 버리는 것 중 하나가 약"이라며 "깊이 수납해둬 눈에 띄지 않는 탓에 방치되는 것"이라고 했다.

오후 1시께 시작한 정리 작업은 4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종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서랍장에 빈 공간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떻게 수납하느냐에 따라 공간 점유율이 확연히 달라진다. 물건을 쌓아둔 채 방치하거나 찾지 못해 다시 사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정리만이 답이라는 말이 더욱 실감 있게 다가왔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