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목살은 익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담백하다.

- 마무리는 쫄때기 찌개와 식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메뉴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삼겹살을 들 것이다. 삼겹살은 사용하는 재료와 굽는 방법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삼겹살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관련 음식점 또한 흔하지만 맛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계속 새로운 음식점이 생긴다. 삼겹살 맛을 결정하는 최대요인은 재료다. 신선한 암퇘지만을 취급하는 고깃집이 있다 해서 찾아갔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미듬'이다.

미듬이란 상호는 우리말 '믿음'을 발음대로 표기한 것이다. 고객이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내놓겠다는 의미다. 이곳에선 충남 보령의 양돈농가와 계약을 맺어 90~92㎏짜리 새끼를 낳지 않은 암퇘지를 공급받고 있다. 암퇘지는 잡내가 없고 고소하며 육질이 부드럽다. 한방사료와 황토를 먹여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항생제를 최소한도로 투여한 돼지다.

	모둠을 주문하면 오겹살, 목살, 항정살, 꽃살 등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고기가 들어오면 7일간 숙성시킨 뒤 손님상에 내놓는다. 원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숙성기간 동안 감미료와 소금을 일절 쓰지 않는다. 김헌율 대표는 "요즘은 돼지고기에 밑간을 진하게 해서 숙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재료가 좋지 않더라도 간으로 가릴 수 있다"며 "고기에 밑간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고기의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를 골라 맛을 봤다. 생오겹살은 두께가 1㎝ 정도로 도톰하다. 숯불에 구워내는 생오겹살은 껍질이 바삭한 데다 고기에 육즙이 잘 보존돼 씹는 재미가 있다. 소금만 약간 찍어 먹어도 고소하다. 좀 더 진한 맛을 원한다면 멸치젓갈을 체에 걸러 끓인 뒤 청양고추를 썰어 넣은 멸치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제주도에서 멜젓(멸치젓)에 돼지고기를 찍어먹는 것과 비슷하다. 짭조름한 젓갈 특유의 곰삭은 맛이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이어 두께가 3㎝도 더 될듯한 통목살을 불 위에 올렸다. 목살은 기름이 없는 부위라 잘못 구우면 퍽퍽해지기 일쑤다. 고기가 두꺼워 굽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김 대표는 "성질 급한 손님들은 굽다가 지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그래도 다 익은 고기는 촉촉하고 부드러워 기다린 보람을 안겨준다.

하이라이트는 통항정살인 천겹살. 항정살을 손바닥만 하게 통으로 정형한 고기다. 목살보다는 훨씬 근 내 지방이 많아 구운 고기를 한 입 크기로 잘라 먹으니 꿀맛이었다. 넉넉한 육즙을 품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수제비, 라면, 감자 등을 넣고 고추장으로 맛을 낸 쫄때기 찌개도 인기다.

마무리는 밥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이런 식습관에 고개를 갸우뚱한다지만 어쩌랴. 한국인은 고기를 먹은 뒤 된장찌개나 칼칼한 국물을 곁들여 밥으로 마무리해야 충족감을 느끼는 것을. 이 집에도 된장찌개가 있지만 '쫄때기 찌개'를 맛봐야 한다. 수제비와 감자를 넣고 고추장으로 맛을 낸 찌개다. '쫄때기'는 돼지 앞다리살을 일컫는 충청도 사투리라고.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간 데다 라면까지 들어있다. 고추장으로 끓여 텁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칼칼하고 깔끔한 뒷맛 때문에 안주로도 인기를 끈다고 한다.

묵은지도 빼놓을 수 없다. 해남에서 가져오는 묵은지는 1년을 숙성해 아주 잘 익은 데다 아삭한 맛이 살아 있다. 고기와 같이 구어 먹어도 맛있고, 그냥 밥 위에 걸쳐 먹어도 좋다. (051)746-0244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