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복지관 트럭모형 저금통 

- 아이 책상에 놓고 모으기 좋아

- 푸드마켓 물품 기부도 가능 

- 돌잔치·졸업 등 행복한 날 

- 의미 있는 이웃돕기 이어져

긴 설 연휴가 지나고 어른들의 지갑은 얇아졌지만 아이들의 지갑은 두툼해졌다. 보통은 자녀들에게 자신의 통장을 만들어 세뱃돈을 모으게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모은 돈으로 컴퓨터나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경제 관념도 기를 수 있고 저축의 가치도 배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이들에게 기부에 대한 생각을 키워주는 것도 무척 의미가 있다. 평소에는 용돈이 적어서 못했다면 세뱃돈을 받은 지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 방법을 제안한다.

■푸드마켓의 종이트럭 채워주세요

부산 해운대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푸드마켓'은 이달 초 트럭 모형의 '사랑의 기부저금통' 2000개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책상에 놓아두고 동전을 모으면 적당할 크기의 저금통이다. 푸드마켓 담당 오지환 복지사는 "트럭으로 기증품을 받으러 다니는 까닭에 저금통을 채우는 것이 트럭을 채우는 한 방법이기도 해서 저금통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이다. 

직장인이라면 회사 책상에 얹어두고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마다 세 번에 한 번은 참는 대신 커피값을 저금통에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 모아지면 복지관으로 가져가거나 푸드마켓에 연락하면 찾으러 온다. 전화번호도 저금통에 적혀 있다. 저금통이 부담스럽다면 직접 물품을 기부할 수도 있다. 

오 복지사는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푸드마켓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푸드마켓의 장점을 설명했다. '푸드뱅크'는 빵집이나 식품회사 등이 과잉생산하거나 재고로 남은 부분을 기부받아 모아놓는 곳이다. 그런 만큼 이용자가 필요한 것을 골라 받기는 어렵다. 푸드마켓은 여기서 한 단계 발전된 개념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품목을 선택할 수 있다. 푸드마켓 이용자들은 취약계층으로 한 달에 한 번 2만 원상당의 물품을 골라 가져갈 수 있다. 물품에는 가격 대신 점수가 매겨져 있고 한 번에 가져갈 수 있는 한도는 5점이다. 

푸드마켓의 대량 기부자들은 대부분 식품기업이다. 그런데 이들이 기부하는 물품은 거의 비슷한 품목이라 정작 필요한 물건은 부족할 때도 많다. 

평소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라면 쌀 등 생필품이다. 취재하러 갔던 지난 2일만 해도 설을 앞두고 밀가루 기름 냉동대구포 등을 찾는 이용자가 많았다. 당일에는 모자라지 않았지만 이용자가 선호하는 물품을 다양하게 갖추는 게 항상 난제다. 사랑의 기부저금통이 모이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꼭 필요한 식품이나 생활필수품을 구매해 푸드마켓에 진열할 수 있다.

■이런 기부는 어떤가요?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영희 모금사업팀장은 "요즘은 기부를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날, 행복한 날에 하는 분들이 생겨났다"며 관련 사례를 들려줬다. 지난 2일, 둘째 아이의 돌잔치 대신 거기에 들어갈 비용을 기부하는 부부가 있었다. 첫 아이는 돌잔치를 했지만 둘째까지 하는 건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부담이 될 듯해 의미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장준영(38), 박희정(33) 부부는 모금회에 아이 둘을 데려와 50만 원을 기부했다. 모금회 직원들이 장 씨 부부 둘째 아이의 조촐한 돌잔치를 열어주면서 나눔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부부는 "우리 아이들이 아직은 많이 어려서 기억을 못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컸을 때 특별한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족 모두 함께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좋은날, Giving Day' 는 출산기념, 백일, 돌잔치, 졸업, 생일, 취업 등 소중한 날을 기념해 축하금이나 잔치를 위해 모은 돈을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는 캠페인"이라며 "요즘은 기부와 축하를 연결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결혼 28주년을 기념해 유정호(㈜ 엠엔디 대표), 이미혜(푸른개발·조경 대표) 부부가 동시에 부산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 기부자들의 단체다. 이들은 1990년대 초에 시작했던 사업이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실패해 어려움에 빠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부부는 재기한 뒤 저소득층 밀집지역 학교에 시설 보수비용을 지원하거나 재정이 열악한 사회복지기관을 돕는 등 다양한 기부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더 많은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 것이다.

박 팀장은 "지난해 경기가 나빠 기업들이 많이 힘들었지만, 기부자들이 우리가 힘들면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더 힘들 것이라며 더 많은 기부를 해주셔서 감사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 우리지역 푸드마켓

금정구 / 사회복지법인 선양 / 508-1997

남구 / 소망재활센터 / 638-1377 

동래 / 동래종합사회복지관 / 524-2107

부산진 / 당감종합사회복지관 / 896-2320

북구 / 덕천종합사회복지관 / 331-4674

사상 / 사상구청 / 325-1399

사하 / 두송종합사회복지관 / 265-9471

서구 / 은애모자원 / 241-1133

수영구 / (사)국제청소년복지연맹 / 756-1925

중구 / 중구종합사회복지관 / 464-3137

영도 / 상리종합사회복지관 / 404-5061

해운대 / 해운대종합사회복지관 / 782-5005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