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집이 들어간 양은 살캉대는 식감이 조개 관자와 흡사하다. 불판 가운데 대창의 기름이 꽃처럼 피었다.

- 양은 육질 좋은 뉴질랜드 소
- 대창·곱창은 신선한 한우 고집

- 직접 손질해 잡내 없앤 뒤
- 비법 양념 재워 입에서 녹아
- 먼저 나오는 곱창라면도 별미

음식은 입뿐만이 아니라 눈·코로도 먹는다고 한다. 보기와 향기가 좋아야 먹기도 좋다는 뜻이다. 동물의 내장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식재료다. 내장은 살코기보다 씹는 맛이 나은 데다 감칠맛도 있지만, 모양새가 징그럽고 잡냄새가 나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적절한 손질만 거치면 해결할 수 있다. 직접 식재료를 깔끔하게 손질해 미각·시각·후각을 고루 충족시키는 맛집인 부산 연제구 연산동 '장박사 양곱창'을 찾았다.

잘게 다진 양과 채소를 넣은 양볶음밥.

이 음식점의 첫 인상은 청결이었다. 불판 주위나 의자 위가 미끈거리는 느낌이 없이 말끔했다. 고기집들은 늘 기름이 튀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 음식점 환경이 깨끗하면 식재료 손질과 요리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먼저, 식재료 구경부터 했다. 이곳은 뉴질랜드산 양을 쓴다. 왜 한우를 쓰지 않느냐고 묻자 이원식 대표는 "양은 소의 위 인데, 위가 많이 움직여야 두껍고 육질이 좋다"며 "한우는 뉴질랜드산에 비해 운동량이 적은 데다 대부분 사료를 먹고 자라 방목하는 뉴질랜드산 양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손질된 양은 닭가슴살을 켜켜이 쌓아놓은 것처럼 통통했다. 양은 손질하는 데만 3시간이 걸릴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양 표면의 근막과 힘줄 등을 일일이 가위로 다 잘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창과 곱창은 한우만 쓴다. 손질된 대창은 가래떡보다 훨씬 굵다. 색상은 연분홍색을 띄는데 신선하다는 증거다. 양·대창·곱창 모두 밀가루와 소금, 소주, 인스턴트 커피 등을 넣어 손질한다.

다진 마늘과 땡초가 들어간 양념장.

여기선 고기를 내기 직전에 칼집을 넣고 파인애플 숙성 양념장을 바른다. 이 양념장은 고기를 연하게 하는 파인애플, 키위 등을 갈아넣고 냉장고에서 3일간 숙성해 만든다. 양념 맛을 보면 훈제처럼 불 향기가 난다. 이 대표는 양념장이 제대로 숙성됐을 때 나는 냄새라고 했다. 여기에 참기름을 넣고 버무려 석쇠에 올린다. 양념장은 두 가지다. 땡초와 마늘이 들어간 마늘간장 양념장과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운 양념장이다. 둘다 진간장에 물을 섞어 끓인 뒤 식혀 사용한다. 고춧가루에 물과 간장을 섞기만 하면 맛이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간장에 물을 타 끓여 식힌 뒤 고춧가루를 넣고 냉장 숙성을 한다. 숙성을 거치지 않으면 고춧가루 냄새가 나서 감칠맛을 내지 못한다.

멸치 육수로 끓여낸 곱창라면.

구이를 주문하면 곱창라면부터 나온다. 멸치로 끓여낸 육수를 사용해 칼칼하고 시원하다. 곱창에 콩나물까지 어우러지니 양곱창이 다 굽힐 때까지 지루하지 않다. 전기 불판을 쓰는데, 일정한 온도로 내려가면 저절로 불이 다시 들어와 고기를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함이 유지된다. 양은 오래 구우면 질겨지기 때문에 가장 먼저 먹어야 한다. 약간 질긴 조개 관자 정도로 살캉대며 씹히는 맛이 담백하다. 그대로의 맛을 즐기려면 아무 양념장도 찍지 않고 먹는 것도 좋다.

대창은 동그란 상태로 굽다가 반을 갈라 기름을 제거한다. 기름지고 고소한 만큼 마늘양념간장이 제격이다. 꽃처럼 핀 기름이 입속에 녹아들고 대창은 쫄깃쫄깃하다. 곱창은 가장 맛이 진하므로 맨 나중에 먹어야 한다. 곱창에는 매운 양념이 어울린다. 설탕도 약간 들어가서 매콤달콤한 데다 곱창 특유의 텁텁한 맛을 고춧가루의 칼칼함이 날려준다. 특양구이 2만2000원, 대창구이 1만8000원, 곱창구이 1만8000원. (051)868-7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