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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같은 필리핀 세부 날루수안의 바다.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좋다. |
핑계가 필요하다. 명절의 피로가 덜 풀렸다는 핑계, 더운 여름 남들이 휴가 갈 때 꿋꿋이 사무실을 지켰다는 핑계, 번듯한 가족여행 한번 떠날 때도 됐다는 핑계. '남국의 리조트에서 보내는 휴가'는 이런저런 이유를 다 끌어모아서라도 한 번쯤 누려볼 만한 꿈같은 사치다.
필리핀 세부는 그런 휴양여행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여행객이 다녀가지만 태초의 그것인 양 오염되지 않은 에메랄드빛 바다, 그 수면 아래로 노니는 수천수만 마리 색 고운 물고기, 비를 퍼붓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쨍하게 개는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그러나 이런 여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먹고 마시고 노는 모든 즐거움이 원스톱으로 충족되는 훌륭한 리조트를 고르는 일이다. 세부에서도 특히 막탄섬 해안에 이런 욕구를 충족하는 등급 높은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다.
리조트를 중심으로 한 휴양여행을 가장 알차게 보내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뭔가 알차게 보내겠다'는 의욕을 버리는 것이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 수영을 하고 '삼시세끼' 해산물 요리를 즐기고, 배부르면 보송보송한 침구 안에 폭 들어가 낮잠을 청했다가 다시 리조트 야외 수영장에 튜브를 띄우고 몸을 맡긴다. 물론 두세 번쯤은 호핑투어나 요트투어를 나가 물놀이를 해야 한다. 투어는 한국에서 예약해도 되지만, 급히 짐만 챙겨 떠나온 터라면 리조트 내에 상시대기하는 여행사에서 구매할 수 있다. 물이 무섭다는 사람들이 간혹 배 안에서 멀거니 팔짱을 끼고 있기도 한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스노클링으로 열대 바닷속 구경이라도 하지 않으면 장담컨대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한낮의 열기가 식은 세부의 밤은 묘하게 설렌다. 바다 냄새 섞인 훈훈한 바람을 맞으며 리조트의 오픈 테라스 바에 앉아 남국의 열정을 닮은 칵테일 한잔 하는 기분이란. 맥주 맛 좀 아는 주당들은 현지 가격이 너무 저렴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산 미구엘 페일 필센'을 가득 시켜놓고 행복감에 사로잡힐 것이다. 냉동 망고가 아니라 무려 생망고를 갈아낸 무가당 주스 한잔만 시켜놓고 있어도 절반은 분위기에 취한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이런 휴양이 가당키나 하느냐며 한숨 쉬는 젊은 엄마 아빠들은 리조트 내 워터파크와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키즈 프로그램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놀이와 교육을 오가며 아이들을 돌봐주는 키즈 프로그램 덕에 아이들도 신이 나고, 부모들은 일상에서는 꿈도 못 꿨던 휴식을 잠시라도 취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를 대체로 만족시키는 여행이 가능하다니.
리프레시를 위해 아껴둔 휴가가 있다면, 숨 막히게 아름다운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상상만 해왔다면, 필리핀의 건기가 시작되는 지금부터가 그 상상을 실현하기 좋은 때다.
◇세부의 명소
▶ 깨끗한 공기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올랑고 철새도래지. 철새를 위해 자연을 철저히 보호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올랑고섬은 우리나라 여름 철새들이 뉴질랜드 등지로 이동하는 중간에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맹그로브가 자라는 고요한 섬 풍경에 몸과 마음이 젖어든다.
▶ 세부는 세계적인 기타 공장들이 있는 도시. 우쿨렐레나 기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들러볼 만하다. 질 좋은 기타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뭘 먹을까
① 세부에서 뭘 먹을지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바닷가재, 게를 비롯해 온갖 해산물로 만든 요리.
② 우리나라의 다금바리와 같은 종류인 '라푸라푸'.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생선이다.
③ 리조트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각국 레스토랑 투어. 중식·한식·양식 레스토랑이 종류별로 다 있다. 사진은 세부 제이파크 아일랜드 중식당의 북경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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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 칵테일. 반은 눈으로 마신다.(왼쪽), 여행이 끝나면 온몸이 산 미구엘 맥주로 젖는 느낌. |
◇여행팁
세부의 공항에서는 한국 면세점에서 산 물건이라도 따로 과세하는 관행이 있다. 이중과세라며 항의해도 잘 통하지 않고 세율도 오락가락해서 자칫 억울한 일을 당하기 십상. 면세품 쇼핑백을 눈에 띄게 든 사람이 쉽게 표적(?)이 되는 편.
◇항공편
부산에선 밤에 출발하는 에어부산 직항편이 있다. 다음날 새벽 필리핀에 도착해 숙소에서 쉬고 이튿날부터 일정을 시작하면 몸이 한결 가뿐하다.
◇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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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단위 여행에서 워터파크는 리조트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세부 막탄섬 제이파크 아일랜드의 워터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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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시간을 리조트에서 보내더라도 바다수영할 기회를 놓치지는 말자. 별다른 기술 없이 간단한 장비만 있어도 할 수 있는 스노클링으로 세부 바닷속 화려한 물고기와 산호를 구경할 수 있다.
제이파크 아일랜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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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요트투어도 괜찮다.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스노클링과 수영을 하고 석양이 질 무렵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 붉게 물든 바다를 바라보며 배 안에서 즐기는 한 잔의 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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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사람들이 고깃배나 수상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하는 방카 체험. 날개를 펼쳐 균형을 잡는 독특한 모양으로 호핑투어 등 바다체험을 할 때 많이 이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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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조트는 바다를 끼고 있어 해양스포츠를 즐기기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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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는 게 없는 휴양 리조트. 남녀 모두 열광하는 스파(마사지)도 물론 필수코스다. 1년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리는 듯. 제이파크 아일랜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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