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 '포화 속으로' 이후 5년 만에 복귀
- 경찰시험 낙방한 가장으로 변신
- "시나리오 읽은 아내가 출연 추천
- 성동일과 호흡 잘 맞아 좋았다"

드라마에서 멋진 실장님 모습을 보여주던 권상우가 달라졌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이하 '탐정')에서 지질한 남편으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탐정'은 한국의 셜록 홈스를 꿈꾸는 강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 레전드 형사 노태만(성동일)이 미제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코믹 추리 영화다. 막둥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인 '탐정'은 잘 짜인 추리극이다. 여기에다 권상우와 성동일이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권상우는 경찰 시험에 낙방한 후 가장의 무게와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포화 속으로' 이후 5년 만에 영화에 돌아온 권상우. 그는 "영화인에게 권상우가 유연하게 배역을 소화해내 같이 한 번쯤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탐정'의 시나리오는 2006년 막둥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다. 어떤 부분이 끌렸나.

▶'탐정'을 처음 받았을 때는 예전만큼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탐정'은 최적의 시나리오였다. 교환살인이라는 방법 자체가 신선했고, 아빠이자 남편인 강대만의 지질한 순수함이 마음에 들었다. 실제 두 아이의 아빠인 내가 하면 다른 배우와는 차별성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내(손태영)가 시나리오를 줘도 안 읽는데, '탐정'은 읽더라. "재밌다. 이거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출연하게 됐다.

-권상우 씨의 코믹 연기는 오랜만에 본다.

▶나름 예전부터 장르의 변화를 주면서 연기했는데 관객이 코믹한 연기는 안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두 아이 아빠의 지질함을 보여주니까 코믹함이 더 크게 와 닿을 것이다.

-성동일은 진지하게 연기를 해 더 코믹해졌다. 촬영 현장에서는 어땠나.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성동일 선배님이 저렇게 무게 잡고 연기했나 싶었다. 촬영장에서 선배님이 굉장히 웃기고 센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미디가 가장 어려운 연기 같은데, 연기하면서 순간순간 코미디를 가미하는 것은 송강호 성동일 선배님이 최고인 것 같다.

-살인사건 현장에서 성동일 씨가 폴리스 라인을 다리를 들어 넘으려 할 때 권상우 씨가 쓱 하며 폴리스 라인을 올리는 장면은 두 사람의 호흡을 잘 보여줬다.

▶그 장면이 첫 촬영이었다. 원래는 다른 설정이었는데, 리허설 때 김정훈 감독님에게 이야기를 안 하고 둘이 해봤다. 순간 감독님도 멍해서 웃었다. 그런 식으로 호흡이 잘 맞았다. 시나리오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애드리브를 할 수 있어 더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자주 영화로 만났으면 한다.

▶중국에서 작품이 많이 들어와 '탐정' 개봉 이후 중국 스케줄을 소화하고, 내년에는 신중하게 나한테 맞는 역할을 찾아 영화로 인사를 드리는 것이 목표다. 영화로 데뷔한 까닭에 영화에 애착이 많다. 실은 영화제작사를 만들었고,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시놉시스를 쓰고 감독이 시나리오로 개발한 작품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확실한 역할이 있는데, 그런 작품이 나오지 않아 스스로 쓴 것이다. 언젠가는 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 권상우 배역 뒷이야기

- 우는 아기 달래고 기저귀 갈아…두 아이 아빠 실제생활 그대로

	영화 '탐정:더 비기닝' 속 권상우(왼쪽)와 성동일.

영화 '탐정: 더 비기닝'에서 미제 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이자 만화방을 운영하는 강대만을 연기한 권상우는 생활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옆집 삼촌 같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가 연기하는 강대만은 천재적인 추리력을 지녔지만 경찰 시험에 낙방한 후 결혼해 추리력을 써먹을 데가 없어 좀이 쑤시는 인물이다. 틈만 나면 아내 몰래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형사 뺨치는 추리력을 뽐내지만 노태만 형사(성동일)에게 구박받기 일쑤다. 그러다가 강력계 형사인 친구가 살인사건의 누명을 쓰자 본능적인 추리력으로 사건 해결에 앞장서게 된다.

권상우는 사건 현장에 갓난아기를 둘러업으며 달려가고, 행여 아내에게 들킬까 노심초사하지만 사건 현장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한없이 철없는 남편 강대만을 코믹하고 리얼리티 넘치게 연기했다.

특히 우는 아기를 안고 달래는 모습이나 쉴 새 없이 변을 보는 아기의 기저귀를 가는 모습은 실제 두 아이의 아빠이기에 가능했을 생활 연기다. 현실성 100%의 연기를 펼친 권상우는 "오늘도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작은 아이 기저귀 갈고, 큰아이 스쿨버스 태워 보내고 나왔다. 그것이 내 실생활이다. 다만 영화처럼 손태영 씨가 영화 속 아내 서영희 씨처럼 그렇게 강성의 인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객이 두 아이의 아빠라는 것을 다 알지만 제가 평소에 어떻게 아빠 노릇 하는지는 잘 모를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 그런 궁금증을 풀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