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미생 '성 대리'로 이름알려
- 손승웅 감독과 경성대 동문
- 부산 독립영화 출연 계획도

부산 출신으로 앞으로 영화계에서 멋진 활약이 기대되는 배우 한 명이 관객과 만난다. 이미 2013년 드라마 '미생'에서 인턴사원 한석율(변요한)을 괴롭히던 성 대리로 얼굴을 알린 바 있는 태인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주연을 맡은 새 영화는 부산 출신의 손승웅 감독과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열정으로 만든 '영도'(10일 개봉)다. 영도를 배경으로 희대의 살인마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도'에서 태인호는 살인마의 아들 영도 역을 맡아 섬뜩하면서도 인간 내면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태인호는 경성대 시절부터 연기 잘하는 배우로 알려졌으며, 열린무대에서 극단 활동을 하다가 상경해 10여 편의 영화에 조연과 단역을 맡았으며, 부산 지역 영화에서 주연으로 활약해왔다. 지난해에는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윤덕주(황정민)의 아들 윤기주 역을 맡았다.

드라마 '미생'과 영화 '국제시장' '영도' 이후 "출연 제의가 많아지면서 부담감도 많아지고, 책임감도 느낀다"는 태인호는 "항상 열심히 연기하면 좋은 작품들이 계속 들어올 것"이라는 자세로 새로운 연기 인생의 장을 열고 있다.

-장편 데뷔작인 '영도'를 연출한 손승웅 감독과는 경성대 선후배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영도'에 참여한 이가 대부분 부산에서 단편이나 장편 영화를 작업했던 동료다. 처음에는 영도라는 인물을 내가 잘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영도'는 손 감독님에게 중요한 영화이기도 해서 '나보다 더 이름 있는 배우를 만나보라'고 하기도 했다.

-'영도'의 어떤 점이 어려웠나.

▶영도라는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은 했지만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 애비에 그 새끼'라는 대사가 있는데,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가슴 아팠다. 어렸을 때부터 영도가 겪은 힘든 상황을 담아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영화에서 '영도에서 나가면 3년 안에 망한다'거나 영도 할매의 전설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손 감독님이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라고 했다. 앞서 말했듯 그래서인지 영도는 고립된 분위기가 있다.

-영화 중반 경찰서 취조실에서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가 나간 후 문 앞에서 뒷모습으로 절규하는 장면이 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얼굴을 상상하게 하는 최고의 뒷모습 장면이었다.

▶원래 콘티에는 얼굴도 나오는 것이었는데, 내가 그 상황에 맞게 연기와 대사를 할 테니 한 번 그냥 찍어보자고 했다. 촬영 후 손 감독님이 그대로 충분하다며 롱테이크로 썼다.

-영화의 엔딩은 그간 모든 사람이 등장하는 꿈을 꾸고, 아버지 유정업의 원죄가 영도에 이어 이복동생에 대물림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탓에 더욱 섬뜩했다.

▶꿈 장면은 영도의 마음을 상상으로 연기해야 했는데, 그때 흘리는 눈물은 연기가 아닌 진짜 흘린 안타까움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또 한 사건이 일어난 후 이복동생이 형수의 휴대전화 번호를 외운다. 그 장면에서는 손 감독님이 정말 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강우석 감독, 차승원 유준상 주연의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촬영 중이다. 배우로서 이제부터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좋은 감독님과 선배들과 작업을 할 기회여서 기분이 좋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또 시간만 허락되면 부산 지역 저예산 독립영화도 계속할 예정이다.


# 영도 출신 감독이 그려낸 '진짜 영도'

■ 부산 배우와 영도 배경의 '영도'

영도에 사는 영도의 이야기를 그린 '영도'는 손승웅 감독을 비롯한 주요 배우가 부산 출신이다.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함이었는데, 태인호 김근수 이상희 홍경준 등이 모두 부산 출신으로, 영화 속 사투리는 모두 배우들의 원래 말투다.

이들은 부산 출신의 배우이지만 활동은 서울에서 하고 있어서 촬영 스케줄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모두 다른 일정을 접어둔 채 부산에 모여 '영도' 촬영에 매진했다.

'영도'는 촬영 역시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모두 영도에서 촬영했다. 오직 다리를 통해서만 세상과 연결되는 영도의 고립성이 범죄자의 아들로 태어나 연쇄 살인마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분노와 슬픔으로 살아가는 영도의 모습과 잘 어울려 보였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영도라는 이름을 한자 풀이 하면 '그림자 섬'이다. 영도라는 섬 자체가 가진 뜻풀이가 영화와 너무나 잘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배경도 '영도', 주인공도 '영도', 영화 제목도 '영도'라고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손 감독은 영도의 진짜 모습을 가장 잘 알고 있었고, 40년이 넘은 영선 미니 아파트, 개발과 확장 속에서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조선소와 선착장, 일본식 목조 건물, 복잡한 미로와도 같이 얽히고설킨 달동네 길과 산복도로 등 알려지지 않은 영도의 신비한 공간들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아름다우면서도 때로는 기괴한, 새로운 누아르적 배경들이 탄생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