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파이 액션 영화는 스파이답지 않은 스파이를 내세우는 것이 트렌드인 것 같다. 영국 백수를 주인공으로 스파이 영화의 공식을 무너뜨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나 뚱뚱한 내근 여성 요원의 활약을 그린 '스파이'에 이어 '아메리칸 울트라'는 자신이 스파이인지도 모르는 편의점 직원이 주인공이다.

시골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마이크(제시 아이젠버그)는 여자친구 피비(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멋진 프러포즈를 하는 게 인생 목표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을 죽이려는 괴한의 습격을 받고, 자신도 모르게 살인 기술을 발휘해 이들을 제거한다. 그는 CIA 일급 기밀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최정예 스파이였고, 기억이 삭제된 채 비밀요원인 피비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마이크는 자신을 제거하려는 CIA에 맞서 이유도 모른 채 킬러들을 상대해야 한다.

'아메리칸 울트라'를 보러 오는 관객은 '킹스맨'의 신선하면서도 세련된 액션이나 '스파이'와 같은 소프트하지만 재미난 코미디의 액션 스파이 영화를 기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메리칸 울트라'는 그보다는 거친 느낌이 나는 B급 스파이 영화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액션 그 자체보다는 CIA 실력자들의 내부 갈등으로 희생당한 마이크와 함께 그가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과거 CIA가 실제로 진행했던 'MK 울트라 프로젝트'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이 프로젝트는 약물로 정신력을 높이고 민첩성, 기억력 등을 초능력자 수준으로 높이는 실험이었는데, '아메리칸 울트라'는 그 비인간적인 실험을 고발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진지한 메시지만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기억을 삭제당한 마이크의 어리숙한 행동은 시종 웃음을 주며, 최정예 스파이 본능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과정은 액션의 쾌감도 준다. 스푼이나 컵라면, 프라이팬, 통조림 등 생활용품을 이용한 액션은 꽤 재미있고, 총알이 쏟아지는 다이내믹한 액션은 짜릿하다.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