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전일의료재단 한선심 이사장이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싸나토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고령화 사회서 꼭 필요한 학문
- 살아온 날 아름다운 마무리 도와
- 임종교육 등 진행…대중화 노력

웰빙(well-being)이 현대사회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그 관심이 웰다잉(well-dying)으로 확산하고 있다. 웰다잉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죽음을 잘 맞이하자는 것으로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우리나라에는 절실한 교육이다.

제아무리 억만장자라도 죽음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주어진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쓸 수 있다. 2009년 타계한 故 김수환 추기경이 생명 연장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준비된 품위 있는 마무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싸나토로지(Thanatology)는 질병 치료나 통증 완화와 관련된 자연과학, 사람됨의 의미와 자기완성을 다루는 인문과학,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다루는 사회과학 등이 어우러지는 통섭학문이다.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학문으로 싸나토로지스트(Thanatologist)는 죽음교육 전문가를 말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죽음교육을 시행하고 있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싸나토로지협회가 미국 ADEC(죽음교육 및 상담협회)와 협약을 맺고 국제싸나토로지스트 자격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죽음교육을 받기 전까지는 나 또한 보통사람들과 같이 죽음이 두렵고 피하고 싶은 생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싸나토로지라는 교육을 통해 이제는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한선심(52) 전일의료재단 이사장은 최근 '빛나는 삶을 위한 죽음수업'을 펴냈다. 책은 싸나토로지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려준다. 죽음교육에 대해 쉽고 체계적인 교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간했다.

한 이사장은 국제싸나토로지스트(국제죽음교육전문가) 한국인 7호다. 싸나토로지를 10여 년째 공부하고 있다. 한국유방암총연합회 자문위원 등 대외활동을 통해 죽음 교육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될 수 있도록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싸나토로지는 죽음에 관한 학문이지만 역설적으로 삶의 학문이며 죽음 이후보다 현재 이 순간의 삶에 더 관심을 두게 하죠. 죽음이 단순히 삶의 끝이 아닌 남은 인생에 있어서 짧고 값진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전일의료재단 한가족요양병원은 세계 최초 싸나토로지 실습병원이다. 환자가 세상을 떠나기 전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싸나토로지 룸이 있다. 싸나토로지스트 직원들은 임종을 앞둔 환자가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떠날 수 있도록 심리적·영적 카운셀링을 한다.

한가족요양병원은 일반인, 싸나토로지스트 및 전일의료재단 통합의학 기초과정 이수자를 대상으로 '싸나토로지 테라피 임종치유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행정직원 등 직원들도 병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죽음교육을 받고 있다. 싸나토로지스트 국제 전문가 과정을 마친 직원만 10여 명에 달한다. "내 집처럼 편안하고, 가족처럼 믿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선도할 수 있도록 긴밀한 체계를 구축해 실버산업의 허브가 될 수 있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이사장은 싸나토로지 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9월부터 부산대 평생교육원에서 열리는 싸나토로지 강좌의 주임교수를 맡았다.

그는 "아직 초·중·고 교육과정에 죽음교육을 다루지 않고 있는 만큼 공교육 체계에 들어오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만성기의료협회 수석 부회장, 부산대 평생교육원 싸나토로지 주임교수 등을 맡고 있다.


# 부산대·부경대서 내달 '죽음과 상실' 강좌

최근 지역 대학에서 죽음에 대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싸나토로지 교육을 시행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대 평생교육원은 다음 달 8일부터 12월 22일까지 '품위 있는 삶과 죽음에 관한 싸나토로지' 강좌를 연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부정적이고 두려운 죽음관을 바로잡아 사별로 인한 상실과 비탄을 올바른 애도로 이끌고 스스로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방법을 제시한다. 나아가 죽음과 상실의 의미를 전 우주적 차원의 우연성과 필연성을 바탕으로 살펴보고, 인간의 지성과 자율의지가 비탄의 극복에 미치는 영향을 배울 수 있다. 집단외상대처관리, 집단외상응급관리에 대한 학습과 실제 적용을 통해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접근법도 접할 수 있다. 한선심 전일의료재단 이사장이 부산대 평생교육원 강좌의 주임 교수를 맡았다. (051)510-1234.

부경대 평생교육원도 다음 달 10일부터 12월 17일까지 '죽음교육지도사' 강좌를 연다. 강의 목차는 부산대 평생교육원과 같다. 이기숙 신라대 교수가 주임교수를 맡았다. 문의는 (051)629-6791~5.

이외에도 미국 죽음교육 및 상담 협회(이하 ADEC)와 협약을 맺고 있는 한국싸나토로지협회는 싸나토로지를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시험을 통해 국제싸나토로지스트를 양성하고 있다.

◇ 부산대 평생교육원 싸나토로지 강좌 회차 날짜 (매주 화 오후7~10시) 강의주제 1  9월  8일 상실, 비탄, 애도의 의미(1)-비탄에 대한 올바른 이해 2   15일 상실, 비탄, 애도의 의미(2)-애도 3   22일 상실, 비탄에 대한 대처(1)-병리적·비병리적 비탄, 권리박탈적 비탄 4 10월  6일 상실, 비탄에 대한 대처(2)-지속적 유대와 이중과정 모델 5   13일 애도작업(1)-애도에 대한 인지적·정서적·행동적 분석 6   20일 애도작업(2)-고인이 없는 세상에 적응하기 7   27일 의미의 재구축(1)-상실에 대한 이해 8 11월  3일 의미의 재구축(2)-죽음 필연성과 우연성에 대한 고찰 9   10일 의미의 재구축(3)-화해와 의미의 통합성 상실을 다시 이야기하기 10   17일 비탄상담의 실재(1)-상실에 따른 감정 확인과 표현 11   24일 비탄상담의 실재(2)-상실의 의미 찾기 12 12월  1일 비탄상담의 실재(3)-사례별·개인별 차이들, 재적응으로 가는 길 13    8일 복합비탄의 분석과 이해 14   15일 CISM(집단외상대처관리) 분석과 실습 15   22일 CISD(집단외상응급관리) 분석과 실습 ※부경대평생교육원 강좌 목차도 동일, 9월 10일~12월17일 매주 목 오후 7~10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