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유년시절 중국서 보내 무협에 친숙
- 1년간 안 아픈 날 없을 정도로
- 액션연기 때문에 고통스러웠지만
- 연기할 수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

2012년 영화 '은교'로 일약 충무로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후 '몬스터' '차이나타운' 등 만만치 않은 작품으로 배우의 길을 걷는 김고은이 또 한 번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13일 개봉)으로 관객과 만난다. 특히 '협녀'는 충무로의 대표하는 남녀배우 이병헌, 전도연 사이에서 존재감을 보여준다.

무인들의 위세를 떨치던 고려 말을 배경으로 한 '협녀'는 왕을 꿈꾼 남자 유백(이병헌)의 배신과 그에게 복수의 칼을 겨눈 맹인 검객 월소(전도연), 그리고 부모의 복수를 이루려는 홍이(김고은)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고은이 연기한 홍이의 칼은 어머니라 부르던 월소와 가혹한 인연의 갈등을 내재한 유백 모두에게 향한다. 홍이는 의협심으로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고 모두에게 옳은 일을 하게 된다.

"무술 훈련을 비롯해 거의 1년간 '협녀'와 함께 보냈다"며 "내가 연기를 진짜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 작품"이라고 말하는 김고은을 지난 10일 만났다.


-데뷔작 '은교' 이후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 '협녀'였다. 당시 신인배우로서 이병헌, 전도연과 함께 연기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겠다.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전도연 선배님만 캐스팅 결정이 났는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후 이병헌 선배님이 캐스팅됐다고 해서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두 분이 같이 작품을 하는 것도 '내 마음의 풍금' 이후 16년 만이라고 한다. 그사이에 내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협녀'는 멜로 무협영화다.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르다.

▶무협이라는 장르가 반가웠다. 아버지의 일 때문에 유년시절 중국에서 10년 정도 살았다. 그래서 무협이라는 장르에 대해 친숙하다. 또 당시 초원이나 호숫가에서 말을 타고 놀았는데, 이 기회에 말을 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나만 승마 장면이 없어서 박흥식 감독님에게 "제가 말을 진짜 잘 탄다"며 부탁했다. 넓은 초원을 달리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있는 저잣거리를 달리는 장면이었는데, 9년 만에 말을 탈 수 있었다.

-말을 타는 것 외에도 '협녀'는 무협영화답게 검술과 와이어 액션이 등장한다.

▶2013년부터 2월 1일부터 6개월 동안 액션 훈련을 혹독하게 받았다. 그 사이에 영화 '몬스터' 촬영도 있었는데, 이 영화도 액션이 필요해서 두 군데의 액션 스쿨을 다녀야 했다. 당시에는 내가 배우가 아니라 운동선수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 덕분에 액션의 거의 모든 장면을 내가 소화해냈다.

-부모의 복수심을 가지고 점점 성장해가는 홍이의 모습도 좋았다.

▶홍이는 키 높은 해바라기를 뛰어넘는 것에서 기쁨을 얻는 아이지만 부모의 복수에 대한 감정적 상처를 가지고 성장해간다. 홍이의 입장에서만 보면 '협녀'는 성장 드라마인데, 후반부에 사사로운 감정을 배제하고, 옳은 것은 모두에게 옳다는 협(俠)을 따르는 격한 감정의 순간을 맞는다.

-'협녀'가 '배우 김고은'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협녀'를 작업하는 1년 동안 먹은 것을 게워내기도 하고, 단 하루도 몸이 안 아픈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연기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과거 무용을 전공할 때 다리 찢는 고통 탓에 그만둔 적이 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때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그런데 현장이 행복했다. 배우라는 것에 감사했고, 내가 이렇게 애착을 갖고 하는 것이면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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