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류승완 감독 범죄액션 영화
-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 役
- 능글능글·야비한 눈빛의 악질

- 오른팔 최 상무 역에 유해진
- 연기호흡 좋아 '유유케미' 만족

- 자유롭게 연기하려는 편
- 그것이 내 매력이고 취향

영화나 드라마 속 유아인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모습이다. 그래서 고뇌하는 청춘으로, 반항하는 청춘으로 자주 등장한다. 최근 출연했던 영화 '완득이' '깡철이', 드라마 '밀회'에서 그는 순수한 청춘의 방황을 멋지게 보여줬다.

그런 유아인이 류승완 감독의 통쾌한 범죄액션 영화 '베테랑'(개봉 8월 5일)에서 안하무인 재벌 3세 역을 맡아 첫 악역에 도전했다. '베테랑'은 행동파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때로는 능글거리고, 때로는 야비한 눈빛으로 상대를 깔아뭉개는 조태오를 연기한 유아인은 그가 왜 '차세대 충무로 대표배우'인지 다시 한 번 증명한다.


-'베테랑'을 보니 액션영화의 대가라 할 류승완 감독의 영화와 잘 어울렸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재작년에 '깡철이'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한 행사에서 류승완 감독님을 만났다. 류 감독님 영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왠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고, 내 코드가 아니라고 생각하곤 했다. 또, 류 감독님은 청춘스타와 작업을 한 적이 없어서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고 놀랐다. 악역이라는 말에 더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하기로 했다.

-안하무인의 재벌 3세 캐릭터는 자칫하면 너무 전형적인 모습으로 치우칠 우려도 있었을 것 같다.

▶의외의 모습을 지닌 악역을 만들고자 고민했다. 감독님이 그리려는 악역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제 나도 좀 새로운 가면을 써보자 했다. 이전에 사극을 하면서 왕 연기를 했는데, 그 느낌을 가져왔다. 왕이 아랫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걸음걸이 같은 것이다. 영화 속 조태오는 그보다 더 심해서 아랫사람들을 벌레처럼 생각하는 인간이다. 연기니까 재미있지 실제 그런 인물을 만나면….

-조태오의 오른팔이라 할 최 상무 역의 유해진과 '남남케미'가 좋았다. 유해진이 조태오의 악질적인 모습을 잘 받쳐주더라.

▶'유유케미'다. 유 선배님은 후배가 눈치 보지 않고 연기할 수 있게 해줬다. 또, 완성된 영화를 보고 유 선배님한테 반했다. 많은 영화에 출연했는데도 매번 식상하지 않다. 어떻게 항상 신선할 수 있을까, 얼굴에서 일어나는 파장의 디테일이 정말 다양하구나 생각했다.

-이야기도 통쾌하지만, 액션도 통쾌했다. 후반부에 자동차 타고 도망가는 장면은 위험해 보였다.

▶실은 내가 탄 차와 경찰 오토바이가 부딪치는 장면에서 큰 사고가 있었다. 자칫 생명이 위험할 뻔했다. 내가 직접 운전하진 않았지만, 그 사고가 생각나서 편하게 보지 못했다. 그 장면 이후 번화가에 들어가 질주하는 속도감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이후 황정민 선배님과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데 내가 맞는 것 빼고는 힘든 게 없었다.(웃음) 그 장면은 열흘 정도를 밤에만 촬영하면서 몸을 쓰니까 힘들었다. 무엇보다 스턴트맨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경찰 대역을 하신 분들이 많이 다쳐 죄송스럽고 안쓰럽고 감사하고 그랬다. '베테랑'은 정두홍 무술감독님의 액션 팀 공이 크다.

-민규동 감독이 "유아인은 시나리오에 갇히지 않고 연기하는 배우"라고 했다. 자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이 특징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같다. 연기 잘하는 놈은 어쨌든 잘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연기를 하려는 편인데, 그것이 매력적이고 취향이다. 정밀하게 세공된 캐릭터를 구현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나는 다른 성향의 배우다.


# 류승완&정두홍, 믿고 보는 액션쾌감

	영화 '베테랑' 스틸컷.

'베테랑'에서 또 한 번 호흡을 맞춘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은 한국 액션영화의 지평을 넓힌 최고의 파트너이다. 두 감독은 2002년 '피도 눈물도 없이'를 시작으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다찌마와 리' '부당거래'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십여 년간 다채롭고 신선한 감각의 액션을 연출해왔다.

특히 두 감독이 직접 주연으로 출연한 '짝패'에서는 리얼함을 강조한 전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을 창조하며 절정의 쾌감을 줬다. '베를린'에서는 격술을 활용, 정교하게 짜인 액션으로 한국 첩보액션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베테랑'에서는 탄탄한 스토리와 어우러지는 리드미컬한 액션, 유머까지 갖춘 '류승완표 액션'에 정 무술감독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스타일을 더해 쾌감의 진수를 보여준다. '베테랑'은 폭력적이거나 인위적인 액션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캐릭터의 감정에 집중한 액션을 완성하고자 했다.

후반부에 베테랑 형사 서도철의 리얼한 액션과 체계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조태오의 액션은 상반된 매력으로 팽팽한 대결 구도에 힘을 더한다. 더불어 부산항을 배경으로 펼치는 대규모 액션, 밀폐된 차고에서 격투 신, 주택가 옥상 추격전, 클라이맥스의 순간 온몸이 부서질 듯한 쾌감을 전하는 명동 한복판 8차선 카체이싱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류 감독은 "클래식하고 시원시원한 타격감이 있는 액션을 구현하고 싶었다. 난이도 높은 촬영이었지만 현장에서 내내 재미있었고, 나조차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베테랑'의 액션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