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미국에서 백인 경관의 총격에 흑인 청년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 6월에는 백인 우월주의의 백인 남성이 한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인종 차별 문제를 지적했다. 흑인 인권 문제가 여전히 미국의 주요 현안인 가운데 영화 '셀마'(사진)는 미국 흑인 참정권 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던 1965년 '셀마 행진'을 그렸다.

1965년 투표권은 있으나 선거인 등록이 사실상 거부됐던 흑인들은 선거 차별 금지를 위해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의 작은 도시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행진을 계획한다. 그 중심에는 비폭력 투쟁으로 흑인 인권 운동을 주도하며 노벨 평화상을 받은 마틴 루터 킹이 있었다. 행진 첫날 500여 명의 흑인은 인도 한쪽에서 침묵 행진을 했으나 에드먼드 페투스 다리를 지날 때 주경찰에 의해 무자비하게 무력 진압을 당한다. TV 중계가 된 이 사건은 다른 흑인뿐만 아니라 양심적 백인들이 참여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흑인 참정권을 향한 행진을 그린 '셀마'는 인종 차별 문제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자유와 평등, 정의를 향한 승리의 외침을 전한다. 마틴 루터 킹을 비롯한 흑인들이 목숨을 걸고 인종 차별의 벽을 넘어서는 순간,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많은 권리가 과거 수많은 사람의 투쟁을 통한 산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또 그런 소중한 권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함을 느끼게 한다.

직접 애니 리 쿠퍼 역을 연기하기도 했던 오프라 윈프리와 인권에 관심이 많은 브래드 피트가 제작에 참여한 것도 바로 그런 소중한 권리를 지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 작품에 참여한 이유는 과거를 되짚어보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코 알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라는 오프라 윈프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묵직한 연출로 큰 여운을 남겨준 여성 감독 에바 두버네이와 인간적인 마틴 루터 킹의 모습을 연기한 데이비드 오예로워는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엔딩에서 실제 셀마 행진의 모습을 담은 뉴스릴과 당시 주요 인물들에 대한 에필로그는 뭉클하게 다가온다.

한편 '셀마'는 아카데미, 골든글로브를 비롯해 전 세계영화제 52개 부문 수상 및 72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