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용우 기자

- VIP병동 입원한 의식불명 환자
- 과거 행적 찾아가는 미스터리
- 5월 칸국제영화제서 좋은 평가

- 특유의 눈매로 슬픔 묻어나
- 앞으로 밝은 역할 연기도 욕심

여리게 느껴지는 겉모습이 주는 반전 때문일까? 고전적인 미모를 지닌 배우 서영희는 아주 강렬한 느낌의 역할을 맡았을 때 항상 빛나곤 했다.

5년 전 자그마한 섬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김복남 역을 맡아 깜짝 놀랄 만한 변신을 보여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으며,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해림 역을 맡은 '마돈나'(2일 개봉)는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서영희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칸에 갔을 때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 세 번째는 더 멋지게 가고 싶다"며 "칸에 가면 내가 영화 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인이라서 행복함을 주는 곳 같다"고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그녀를 칸으로 이끈 '마돈나'는 '마돈나'라는 별명을 지닌 미나(권소현)가 임신한 채 의식불명의 환자로 VIP 병동에 입원하자 그녀의 보호자로부터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기 위해 미나의 과거 행적을 찾아 나선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영화다.

해림은 관객을 '마돈나'라는 영화 속으로 이끈다. 서영희는 "어떻게 풀어야 관객이 잘 좇아올까 고민했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과 미나의 과거 행적이 교차하므로 해림은 이야기 전달자이자 중심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무게감이 있었다. 내가 관객을 잘 끌고 갔을까? 중간마다 내 목소리를 듣고 싶겠냐는 불안감이 있었다"며 연기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외모 콤플렉스를 지니고 자존감이 부족한 미나의 행적을 조사하던 해림은 그녀가 남성 중심 사회에서 겪은 나쁜 일과 마주친다. 직장 상사는 거짓 사랑으로 미나를 이용하고, 공장에서는 성폭력을 당한다. 결국, 미나는 임신한 상태로 사창가에 머문다. "'마돈나'에서 미나가 겪는 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여성, 남성이 겪거나 느낄 수 있는 일이에요.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와 몇 분이라도 '마돈나'가 전하는 메시지와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영화 '마돈나' 속 간호조무사 해림 역의 서영희.

차분차분 이야기하는 서영희를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해림 역시 세상의 짐을 짊어진 듯한데, 다만 가슴에 담긴 한이나 사연을 풀지 못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눈가가 좀 처져서 가만히 있어도 깊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해요. 신수원 감독님도 슬픔이 묻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해림을 연기하면서 집에 돌아갈 때 뭔가 연기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해림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데 너무 연기하는 모습이 보이면 영화 전체 톤을 흔들 수 있어서 더 답답했죠."

다양한 역할을 해온 서영희는 앞으로 이전과는 달리 아주 밝은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내 안에 밝은 모습도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그래서 너무 밝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더불어 심야 라디오 DJ를 맡고 싶다는 욕심도 밝혔다. "학창시절에 화실에 라디오를 켜놓고 있었죠. 그때부터 심야 라디오 DJ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얼마 전 공형진 선배님 휴가 때 SBS FM '공형진의 씨네타운'의 DJ를 일주일간 맡았는데, 진행이 편해질 때쯤 끝나서 아쉬웠어요."

서영희는 올해 권상우, 성동일과 함께 촬영한 '탐정'에서 털털한 아줌마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 '마돈나'의 빛나는 신인 미나 역 권소현

- 연극·뮤지컬 무대서 내공 쌓아 독보적 캐릭터
- 폭식증 표현하려 살 찌우며 열연

	영화 '마돈나'에서 미나 역을 연기하려고 살을 찌우는 등 열연을 보여준 권소현.

영화 '마돈나'의 또 다른 주인공은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평범한 여자 미나 역을 연기한 권소현이다. 권소현은 최근 10여 년간 '그리스' '헤어스프레이' 등 연극, 뮤지컬 무대에서 내공을 쌓았는데, 스크린 데뷔작인 '마돈나'에서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독보적인 캐릭터인 마돈나로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권소현은 지난해 '한공주'로 단번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천우희와 비교될 정도로 원석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해결하는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라면을 4, 5봉지씩 먹으며 살을 찌우는 열정을 보여줬다. 특히 "성폭행을 당하는 공장 장면에서는 아픔을 더욱 잘 보여주기 위해 5kg 정도 살을 더 찌웠다"고 권소현은 말했다. 극 중에서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서너 개의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신수원 감독은 "미나는 원래 폭식증을 가진 여자로 설정했던 까닭에 적역을 만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거기에 수위가 센 장면들이 있어서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다 작정하고 통통한 신인으로 공개 오디션을 준비하던 중 다른 작품을 보다가 낚싯줄에 딱 걸린 친구가 권소현이라는 배우였다. 보는 순간 시나리오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미나의 과거 행적을 좇는 해림 역의 서영희는 권소현과 의식불명인 상태에서만 연기해 대사를 나누지 못했지만, "권소현의 연기 열정이 영화를 살려줬다. '정신 차려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 고마운 친구다"라고 권소현의 연기를 칭찬했다.

촬영 이후에는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15kg을 감량했다는 권소현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