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가족' '하녀' '돈의 맛' 등을 통해 충무로의 '문제적 감독'으로 불리는 임상수 감독이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이 시대의 억눌린 젊은이들이 가졌으면 하는 저항정신을 힘을 빼고 자유롭게 그리고 있다.

인턴 사원 지누(류승범)는 어떤 차량을 미행하던 중 대형 교통사고를 목격한다. 이때 레커차를 모는 나미(고준희)가 등장하고 그 차 안에서 돈 가방을 보게 된다. 폐차장에서 모인 지누와 나미, 그리고 폐차장에서 일하는 야쿠부(샘 오취리)는 가방 속 돈을 나눠 갖는데, 돈 가방을 되찾으려는 회장(김주혁)과 그 하수인들은 이들을 추격한다.

돈 가방의 원래 주인은 권력자인지 재벌인지 모를 회장의 것이다. 부패한 기성세대의 품에서 나온 불법의 돈이라는 것 정도만 알려줄 뿐이다. 지누가 인턴으로 들어간 회사 또한 돈 가방과 관계있는 정부기관임을 암시하지만 어디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구체적인 관계가 중요하진 않다. 오로지 각박한 사회 속에서 돈에 쪼들려 기를 펴지 못하고 사는 젊은이들이 부패한 기성세대인 악당에 맞서 '진짜' 악당이 되어 복수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의 절친 악당들'은 커플 범죄 영화로, 당대 젊은이의 반항 정신을 담았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보니 앤 클라이드)나 '올리버 스톤의 킬러'(내추럴 본 킬러)를 닮았다. 하지만 닮은 것에 그쳤을 뿐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연기를 보여준 류승범과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고준희의 연기가 눈에 띄고, 화려한 색감의 미술이나 다채로운 액션은 재미있으나 영화를 보고 나면 공허함이 든다. 고시원에 살며 수천만 원의 빚이 있는 지누나 아버지가 분신한 아픔이 있는 나미를 통해 저항의 주체는 만들어냈으나 그 대상을 모호하게 그려 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후반부에 회장에 대한 복수가 어정쩡했던 것이나 저항했던 친구들이 이 시대와 공존도, 화해도, 불화도 아닌 회피로 영화를 마친 것은 극장을 나와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공허함을 준다. 또 막가파식 젊은이들의 질주와 추격전으로 영화가 전개되면서 이야기의 얼개가 엉성하다는 약점도 있다.

임 감독은 "젊은이들이 반항의 기백이나 스피릿이라는 걸 느꼈으면 한다"고 했는데, 순수한 영혼들의 반항은 좋으나 무엇을 위한 반항인지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