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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마칼럼] 전업맘과 워킹맘의 신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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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5-06-10 19:26:1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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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지에 매달린 포도를 따먹고 싶은 여우가 있었다. 탱글탱글 알알이 열린 포도가 정말 먹음직스러워 여우는 안달이 났다. 과즙 가득한 포도알을 따 먹기 위해 계속 뛰어올랐다. 화가 난 여우는 힘만 빠지고 말았다. 포도 따 먹기를 포기한 여우가 화 난 목소리로 돌아서며 이렇게 말한다. "그만두자! 저 포도는 분명히 너무너무 시어서 먹지도 못할 거야" 이솝 우화다. 다 아는 이야기가 오랜만에 새롭게 들린다.

얼마 전 주말. 워킹맘 몇과 티타임을 가졌다. 그중 한 사람은 전업맘 생활을 벗고 오랜만에 일을 하게 되었다. 주말에만 하는 일이지만 결혼 전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돼나름대로 뿌듯한 마음으로 늘 만나는 전업맘들에게 자랑을 늘어놨는데 어럽쇼 반응이 냉랭했다.

"주말에 나가서 얼마를 번다고 그래. 그럴 시간에 애를 봐! 그러다 애 망쳐…"

진정한 염려였을지도 모를 걱정 앞에 용기와 격려를 기대한 워킹맘은 서운했다. 워킹맘의 일을 돈의 가치로만 환산한 전업맘들이 야속했다. 주말 워킹맘에게 일이란 '돈'이 아니라 '꿈'이었다.

전업맘과 워킹맘에게는 서로의 능력에 대한 신포도가 존재한다. 전업맘에게는 워킹맘의 일의 능력이 마땅찮고 워킹맘에게는 전업맘의 위대한 살림능력이 마땅찮다. 서로 부러우면서 이유 있는 질투가 난다.

아이에게 유기농 밀가루로 직접 쿠키를 만들어주고 더 깔끔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공부는 직접 가르치기도 하면서 살림과 교육 모두의 달인이 되어가는 완벽한 전업맘들 앞에서 워킹맘들은 주눅이 든다. "그렇게 애만 보고 살면 나중에 후회한다니까. 자식이 평생 갈 줄 알아? 다들 커봐. 그때 가서 후회해야 사회에서 누가 반겨주냐구?" 애써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런가 하면, 아이에게 전문가로서의 엄마의 능력을 보이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수입원에서 안정된 소득을 얻고 승승장구 자랑스러운 명예까지 얻어가는 워킹맘들을 보면 전업맘들은 주눅이 든다. "그렇게 벌면 뭐해. 나가서 써야지, 애보는데 돈 써야지. 애들이나 제대로 건사해? 잃는 게 더 많아…" 이렇게 또 애써 스스로를 위로한다.
워킹맘과 전업맘 사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둘 사이의 경계는 이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직장과 사회로 나뉜 두 경계선은 결국 둘 사이의 공통분모라는 것이다. 서로를 비추는 열등감을 서로가 인정하면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장 필요한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

여우의 신포도는 결국 따먹지 못한, 진짜 맛있을지도 모르는 포도에 대한 분노일 뿐이다. 전업맘과 워킹맘의 신포도는 각자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부러움의 또 다른 표현이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겠다는 용기로 서로를 인정하면 진짜 달큰한 포도를 함께 얻게 되지 않을까? 신포도라고 치부한 높은 나무의 진짜 포도맛을 여우는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말자. 뛰다 안 되면 무등이라도 타보자. 달큰한 포도가 바로 손 앞에 있을지도.

유정임·FM90.5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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