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림에 가까울 정도로 울창한 산림,손으로 빚은 듯 절묘한 기암괴석, 맑은 공기 등이 어우러져 거대한 청정 공원을 이룬 중국 저장성 쑤이창의 난젠옌풍경구. 트레킹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여유로워 보인다.

중국이라고 어딜 가도 오염물질 가득한 황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맘껏 흡입해도 좋은 청정 공기가 가득한 곳도 있다. 갖가지 비경을 간직한 높은 산이 즐비하고, 그 사이로 떨어지는 아찔한 폭포 줄기는 속이 후련할 정도다. 여기에 계단식 논밭까지 포개지면 완벽한 그림이 된다. '한 폭의 동양화'라는 표현밖에 못 쓰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그곳 산촌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환경보다 더 깨끗하고 순수하다.

저장성 쑤이창현으로 가면 편안하게 걸으면서 이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알짜배기 매력이 세상에 덜 알려져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더 맘에 든다.

일행은 대형버스에서 내려 소형 셔틀버스로 옮겨탔다. 길이 좁아 대형차는 갈 수 없다. 셔틀버스는 꼬불꼬불한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기 시작했다. 좌회전, 우회전, 또 좌회전…. 버스는 이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차창 밖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얼마나 올랐을까. 귀가 먹먹해질 무렵 버스는 목적지에 닿았다. 중국 저장성 쑤이창현 '난젠옌(南尖岩)'이다. 난젠옌은 글자 그대로 쑤이창현의 남쪽에 자리 잡은 높은 바위산이다. 해발 1300m가 넘는다는 현지인의 설명이다. '난젠옌풍경구'(풍경구는 우리 말로 공원에 해당) 내에 있는 산장에 여장을 풀었다. 난젠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잠을 청했다.

이른 아침을 먹은 후 서둘러 숙소인 산장을 나섰다. 널찍한 마당을 지나 난젠옌풍경구 트레킹 코스로 입장했다. 산장과 트레킹 코스 입구는 난젠옌의 정상부에 있다. 트레킹 코스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전망대에 서니 각종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와 멀리 계단식 논밭까지, 그야말로 가슴이 탁 트인다. 봉우리 일부는 운해로 살짝 가려져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전날의 여독까지 풀어준 난젠옌

내리막인 트레킹 코스는 계곡을 따라 잘 정비돼 있다. 갈라진 바위 사이 깎아지는 계단 앞에선 다리가 후들후들거린다. 역시나 수직절리가 갈라져 형성된 거대한 천주봉과 그 맞은편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천장암은 올려다보기에도 고개가 아플 정도로 가파르고 아찔하다. 숲길 옆으로 흐르는 계곡을 따라 크고 작은 폭포도 이어진다. 상쾌한 공기 덕분에 전날 밤 장거리 이동에 따른 여독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기분이다. 난젠옌풍경구는 저장성 최초의 생태여행시범구이자 문명풍경여행구역, 유네스코와 중국민속촬영협회가 공동으로 지정한 국제민속촬영창작기지, 저장성 5A급 삼림여행지이자 국가 4A급 풍경구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난젠옌풍경구는 한여름에도 기온이 25도를 넘지 않아 피서 휴양지로 각광을 받는 명소다. 특히 음이온 함량도가 국제기준치의 7배 정도로 높아 산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찾기에는 안성맞춤이다"라고 설명했다.

난젠옌풍경구 트레킹 코스는 계단식 논이 있는 반대편으로 나가는 길이 있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중간쯤에서 되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돌아오는 길은 급경사진 오르막이 여러 번 반복된다. 결국 가벼운 트레킹이 땀에 흠뻑 젖는 트레킹이 됐지만, 기분은 왠지 상쾌했다.

■물줄기 쳐다보면 고개가 아플 정도

셴룽구풍경구의 3단 폭포.

이번엔 난젠옌풍경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셴룽구(神龍谷)풍경구'로 향했다. 셴룽구는 쑤이창현 남쪽의 국가삼림공원 계양림장 내의 골짜기다. 들어서자마자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 때문에 옆 사람의 말이 잘 안 들릴 정도다. 계곡 전체가 폭포나 다름없다. 낙차가 300m에 달하는 폭포 '신룡비폭'은 이곳 비경의 절정을 이루는데 절벽에 걸린 폭포 줄기가 마치 한 마리의 용이 계곡을 따라 오르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폭포는 3단으로 내려오는데 맨 위의 탕공폭포는 60m, 가운데 장군폭포는 80m, 하단부 신룡폭포는 무려 120m나 된다. 폭포 가까이 다가가니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온몸을 적셨다. '중화 제1고폭'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하다. 그러나 폭포는 멀찍이 물러나 산세와 더불어 관망하는 편이 더욱 멋스럽다.

■마음까지 맑게 해주는 녹차밭

녹차밭.

쑤이창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녹차 교역시장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저마을로 들어서자 야산 언덕 전체가 파란 녹차밭이다. 녹차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서자 반대편으로 더 큰 녹차밭이 시야에 들어온다. 따가운 햇살이지만 밭에서는 여인들이 잎을 따느라 손을 부지런히 놀리고 있다. 이방인들의 카메라 셔터 세례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이곳 녹차밭은 부지가 무려 1400만 평에 달한다. 넓은 녹차밭 사이를 여유롭게 걷다 보면 찻잎향에 흠뻑 취하는 기분이다. 일부러 녹차를 마시지 않아도 쑤이창의 청정 녹차 가루가 콧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에 마음까지 맑아지는 트레킹이다.

■풍경보다 더 넉넉한 쑤이창 사람들

쑤이창에는 옛 시골 마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다. 우리네 1950년대 혹은 60년대 시골 전경을 간직하고 있다. 이 곳의 매력은 풍경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자연보다 더 때 묻지 않은 것이 쑤이창 사람들이다. 쑤이창의 산간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을 대하다 보면 여행자 자신도 여유로워진다. 서당마을의 경우 명·청나라 때 지어져 지형이 평탄하고 강이 밀집된 곳으로 주변은 아늑한 모습을 하고 있다. 9개 강에 의해 8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이들 구역은 수많은 다리로 연결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마치 수상도시와도 같은 이국적인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쑤이창은

- 1000m 넘는 산 700개…열대기후 속해

중국 저장성 남서부의 끝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리수이 산하 현급 행정구역이다. 면적은 2539㎢ ,인구는 37만여 명이다. 전체의 90%가 산악지대이고, 하천과 농지가 각각 5% 씩이다. 중국 남동부의 '산소 탱크' 역할을 한다. 해발 1000m가 넘는 700여 개의 산과 600여 개의 하천으로 둘러싸여 있다. 쑤이창은 열대 기후대에 속해 여름엔 무척 습하다. 여행 시 물을 항상 소지해야 한다. 연중 200일 이상 비가 내리기 때문에 우산과 비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교통편

- 상하이서 고속도로 달려 5~6시간

부산에서 쑤이창으로 가기 위해서는 김해공항에서 상하이로 가는 중국동방항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하루 2회 운항한다. 1시간30분이면 간다. 상하이에서 쑤이창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는데,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를 경유한다. 운행 시간은 대략 5~6시간. 부산에 본사를 둔 엠넷트레킹(ccrag@mnetking.com·010-3740-9323)이 쑤이창 트레킹 여행객을 모집하고 있다. 엠넷트레킹은 국내외 트레킹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다. 현재 출시된 여행 상품은 3박 4일 혹은 4박 5일로 짜여 있다. 엠넷트레킹 최찬락 대표는 "쑤이창 지역은 중국에서 마지막 남은 자연의 보고라고 할 만하다"며 "자연과 호흡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쑤이창 트레킹 여행의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저장성= 글·사진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