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터테인먼트

- 우발적 살인사건 덮으려다
- 과거와 마주하는 최반장 役

- 비밀 지키려는 역할이라
- 연기하면서도 외롭고 슬퍼

- '스타'라는 수식어 부담
- 끝까지 연기자로 남고싶어

'소리 없이 강한 배우' 손현주가 2년 만에 스릴러 영화 '악의 연대기'로 돌아왔다. 2013년 여름에 개봉한 그의 첫 영화 주연작인 '숨바꼭질'은 56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한국영화 스릴러 장르 1위를 차지했다. '숨바꼭질'은 개봉 당시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영화였기에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숨바꼭질'은 드라마 '추적자'에 이어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 손현주를 다시 주목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14일 개봉하는 '악의 연대기'는 '손현주'라는 배우의 무게감이 크게 보이는 또 한 편의 스릴러 영화다. "'숨바꼭질'의 영향 때문인지 이후 스릴러 장르의 책(시나리오)이 많이 들어왔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데 '악의 연대기'도 그렇고 지금 촬영 중인 '더 폰'도 스릴러다."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고르다 보니 우연히 스릴러 장르에 연이어 출연하게 된 것이다.

손현주는 '악의 연대기'에서 자신이 저지른 우발적 살인 사건을 덮으려다 과거의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최 반장 역을 맡았는데, 시종 밀도 높은 긴장감을 주는 섬세한 감정 연기가 일품이다. 평소 마음 좋은 옆집 형 같던 그가 카메라 앞에만 서면 소름 끼치는 영화 속 캐릭터로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 '천상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데, "연기니까 그렇지"라며 수줍게 웃는다. "재미있는 책(시나리오)들은 연기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다른 영화들은 괴로운 일이 생기면 동료들에게 의지하는데, '악의 연대기'에서 최 반장은 과거의 사건과 관계된 자신의 비밀을 밝히면 안 되는 인물이므로 의지할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백 감독과 혼자서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여백을 어떻게 채울지 대화를 많이 했다."

그가 연기한 최 반장은 후반부로 갈수록 좁혀오는 수사망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점점 숨통을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후반부에는 눈빛이 달라지면서 핏발이 서기도 했다. 손현주는 "감정의 톤을 맞추면서 연기해야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궁지에 몰리는 최 반장의 중압감을 나 자신도 느끼게 되니까 무척 외롭고 슬펐다"고 말했다. "한 번은 후반부 중요한 장면을 찍을 때 백 감독님이 클로즈업을 찍는다며 눈에 분노, 배신, 회한 등 여덟 가지를 함께 표현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해보라. 너무 잔인한 주문이다'라고 항의하기도 했다"며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손현주는 함께 출연했던 마동석, 최다니엘, 박서준 등 좋은 후배들을 얻었다. "촬영을 처음 시작할 때 시간 약속을 꼭 지키자고 했는데 끝까지 다 지켜줘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며 후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형사로 나오는 마동석, 박서준 씨는 함께 출연하는 단역 형사 10명 정도와 열흘간 합숙하며 호흡을 맞추는 열정을 보여줬다"며 마동석이 현장에서 귀여운 행동을 많이 해 '마요미'로 불렸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문득 항상 선한 모습인 손현주에게도 영화 속 최 반장처럼 잊고 싶은 과거의 잘못이 있을까 싶어 물었더니 "누구나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것을 만들지 않으려고 현재를 더 착실히 살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의 연대기'에 대해 "관객들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영화"라며 영화 홍보도 잊지 않았다.

50대인 손현주는 이전에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일상이나 배우 생활이 달라진 것은 없다. "'스타'라는 수식어를 두려워한다. 흥행을 담보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출연한 영화가 손해만 안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연기자 손현주'로 끝까지 같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바람처럼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이 부각되는 '연기자 손현주'를 오래도록 보고 싶다.


# '악의 연대기'의 촬영 장소들

	영화 '악의 연대기' 한 장면.

'악의 연대기'는 최 반장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만큼이나 감정을 담는 장소가 중요했다. 공간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제작 단계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경찰서 내부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 세트를 지었다. 경찰서는 최 반장이 겪는 심리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데, 최 반장의 방은 유리 벽면으로 만들어 수사 진행에 따른 최 반장의 심리적인 압박감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여기에 경찰서 내부 천장도 낮게 작업해 수사본부에서의 모습을 통해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등 주인공의 심리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 공간을 탄생시켰다.

최 반장을 위기에 몰아넣은 용의자와 추격전을 벌이는 장소는 인천의 오래된 주택가의 골목길이다. 빼곡히 들어선 집들과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는 골목길은 영화 속 긴박한 추격 신을 완성하는 데 최적의 장소였다.

두 사람 이상 다닐 수 없는 매우 좁은 골목길에서 펼쳐진 추격전은 어둡고 불규칙한 공간에 내재한 인물의 불안감을 투영해 극의 긴장감을 정점으로 끌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