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산할매가 지켜 준다는 믿음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영도는 아이를 키우기에는 여러 가지 부족함이 많은 곳이다. 비탈진 골목에서 자전거 한 번 편하게 탈 수 없고 동서 교육격차는 심화되고 있고, 조선·해양경기의 오랜 침체로 젊은 가장들은 영도를 떠나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그나마 학령기 아동들에게는 교육복지사업이라도 지원되고 있지만 이제 갓 태어난 아이부터 미취학 아동들에 대한 안전한 울타리는 허술하다. 이런 영도에 '시소와 그네'는 아이를 안은 엄마들이 육아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고 도서방에서 놀이도 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어린이날 책잔치, 돗자리 콘서트, 영유아 나눔장터 등 그 정원은 놀이와 즐거움이 가득했고 늘 활기찬 곳이었다. 영도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시소와 그네'같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부모들의 배움터, 지역주민들을 위한 나눔터의 역할을 담당해 주는 곳이 꼭 필요하지만 지금 이곳은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소와 그네' 회원인 영도토박이 주부 박 모씨는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센터가 빈곤아동과 그 가족에 대한 예방적 조기개입을 통한 빈곤의 대물림 방지와 함께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출발한 영유아기(0세-7세)전문프로그램을 잘 운영했다고 강조했다.

어머니를 대상으로 하는 영아건강관리프로그램, 전문인에 의한 양육상담, 아동정서행동상담, 영유아정신건강의 이해와 양육 등 복지전문가들이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아버지교실을 운영하기 위해 직원들이 가정 방문을 하며 지역 복지를 위해 힘썼단다.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때로는 혼자서 센터를 수없이 들락거리며 이웃 간의 정을 쌓았다. 영도지역에는 영유아를 둔 엄마들의 놀이, 학습, 정보교환 공간이 없던 터라 젊은 엄마들에게 이 센터는 동아리모임방이자 도서방으로 제격이었다. 영유아 부모 관련 도서를 329권 갖춰 지난해 새 회원이 된 80가정 245명을 포함해 총 1816가족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총 방문자는 1만1914명이나 된다. 놀이 자극이 필요한 아이와 바쁜 부모를 대신한 봉사자들의 만남은 단순한 놀이지도를 넘어서 정서적 도움을 주는 동반자 관계였다. 멘토로 봉사한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얘기한다. 아이뿐 아니라 그 가족들과도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이렇게 즐거운 자원봉사는 처음이라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놓는 설익은 복지서비스와는 다르게 발품으로 1대 1 대면 접촉을 하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행하던 '시소와 그네' 영도센터가 6년 만에 운영의 묘안을 찾지 못해 곧 문을 닫는다. 센터 출발과 함께 3년 동안 운영위원장으로 봉사한 인연이 있는 필자는 '시소와 그네'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주경중·부산복지전화네트워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