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 스틸컷.

사랑으로 모든 것을 감내하고 이겨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어떤 일들은 사랑만으로 헤쳐나기 힘들 때도 있다.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는 한 아픔을 동시에 경험한 남녀가 이별하고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 사랑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멜로 영화다.

뜨겁게 사랑하는 부부에게 감당하기 아픔이 찾아온다. 그런데 아픔을 대하는 남녀의 자세는 각기 다르다. 남편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일상을 살아가려 하지만 아내는 과거와 절연하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한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갑자기 사라지고, 남편은 아내를 찾아다닌다.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멜로 영화를 연출할 때 감독은 남자나 여자의 시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의 시점으로 만들어야 관객의 감정이입이 쉽고, 화자의 일관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엘릭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는 좀 다르다. 사랑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서로 다른 시선과 기억을 그린 '엘리노어 릭비: 그여자'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두 편의 영화를 먼저 만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두 편을 교차편집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그래서 영화는 남녀의 시각이 교차하면서 전개되는데, 마치 처음부터 이 영화를 연출한 것처럼 가슴 시린 사랑이 안타깝게 펼쳐진다.

견디기 힘든 아픔을 겪은 남녀의 이별과 재회, 사랑은 평범한 일상처럼 전개된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거나 말 그대로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묘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두 사람의 로맨스에 시나브로 시선을 맡기게 된다.

두 편의 영화가 한 편에 담긴 것은 남자의 시점은 차가운 톤으로, 여자의 시점은 따뜻한 톤으로 촬영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아픔을 받아들이는 남녀의 차이를 조명과 촬영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날 때의 톤은 중심이 되는 인물의 시점에 따라 두 가지가 혼재된다. 상반된 영화의 톤이 주는 감성은 둘의 사랑을 더욱 짙게 만든다.

제목 '엘리노어 릭비'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으로, 비틀즈 노래 '엘리노어 릭비'에서 따왔다. 노래 가사 중 '저 외로운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는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사랑하는 순간에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그래서 이 영화 속의 사랑이 더 애틋하다. 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