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 주변 벚꽃은 이번 주말 전후로 활짝 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해 이맘 때 청풍호반을 따라 난 도로의 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충북 제천 10~12일 벚꽃축제가 남았답니다
- 달려볼까요, 숨막히게 화사한 호반 꽃길 10㎞

대표적인 봄꽃인 벚꽃이 피었나 싶더니 이내 잎을 떨구고 말았습니다. 화려한 벚꽃을 시기라도 하듯 때아닌 비바람이 몰아쳤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남부지방 주민들은 거리를 하얗게 뒤덮은 벚꽃잎을 보며 꽤 속상해하셨을 겁니다. 절정을 이룬 벚꽃이 내뿜는 봄 향기를 제대로 즐길 새도 없게 됐으니까요. 그렇다면 너무도 짧은 벚꽃의 계절을 아쉬워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새롭게 피어나는 벚꽃을 찾아 나서는 것은 어떨까요. 한반도의 남부권과 달리 중부지방의 벚꽃은 아직 절정을 향해 물이 차오르고 있는 중입니다.

■호반을 낀 벚꽃길 환상적 코스

지난 6일 청풍호를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 연인.

벚꽃 구경을 위해 찾아간 곳은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 면소재지(물태리)다. 흔히 말하는 청풍명월은 글자 그대로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뜻이다. 아름답고 뛰어난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다. 청풍면은 바로 그 청풍명월의 본고장이다.

지난 6일 낮 면사무소 앞 식당가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아름드리 벚꽃 나무 아래로 간이 천막이 쳐지고 식당을 비롯한 다양한 가게가 들어섰다. 청사초롱도 도로 양옆으로 내걸렸다. 청풍면소재지 주변은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제19회 청풍호 벚꽃축제의 주 무대다. 지역 주민과 상인에게는 축제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최근 며칠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아직 벚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다"며 "축제 시기가 되면 벚꽃이 가장 아름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청풍호 벚꽃길은 청풍면소재지에서 청풍호반을 따라 금성면까지 10㎞ 남짓 이어진다. 드넓은 청풍호를 보며 벚꽃잎이 흩날리는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유명 드라이브 코스다. 봉숭아꽃이나 살구꽃 등의 봄꽃도 많다. 누구나 이맘때 이곳을 지나면 주변 경관에 취해 자동차의 속도를 늦추게 된단다. 기자가 찾은 이 날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벚꽃 구경을 나온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는 김영수(55) 씨는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미리 왔는데 아직 벚꽃이 활짝 피지 않아 아쉽다"며 "전국의 벚꽃 명소를 다녀봤는데 여기만큼 아름다운 곳도 없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누구나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

사단법인 제천시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현경석)가 주관하는 이번 제19회 청풍호 벚꽃축제는 공연행사 체험행사 경연행사 전시홍보행사로 꾸며져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진행된다.

주요행사를 살펴보면 본 행사 첫날인 10일에는 개막 식전행사로 청풍면사무소에서 개막식장까지 명사, 시민시장들과 함께 벚꽃길 걷기를 시작으로 오후 7시 청풍문화마을 특설무대에서 개막식과 함께 인기가수 조항조를 비롯한 인기가수들이 참여하는 축하공연 등이 펼쳐진다. 행사 기간에 청풍문화마을 특설무대에서는 로뎀중주단과 소울챔버 오케스트라의 향기가 묻어나는 연주 공연이 이어지며 지역문화예술단체인 제천예술인봉사단 등 10개 단체가 참여해 풍물 국악 가요 합창 색소폰 오케스트라 연합공연을 펼친다. 또 박달가요제 출신 가수들의 신나는 트로트 열전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 밖에도 타투 및 네일아트, 페이스 페인팅, 석부작 체험 및 수석전시, 월악산 문화체험마당, 풍선아트 및 벚주 무료시음, 벚꽃수건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캐리커처, 꽃피는 예술장터, 벚꽃떡만들기, 석고 방향제 만들기, 비눗방울 만들기, 한방차 시음 및 다도체험 등의 체험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

또 11일 청풍문화마을 내 행사장에서 시민 시장들과 함께하는 가요제를 비롯해 청풍호 벚꽃 포토페스티벌 등 다양한 이벤트 행사가 준비돼 있다.

관람객 편의와 홍보를 위해 사진찍기 좋은 청풍호 벚꽃길 쉼터로 금성농협, 왕건촬영장, 북진리, 청풍리조트, 만남의 광장에 포토존과 부스를 설치 운영하게 되며 찾아가는 청풍호 축제의 일환으로 청전공원과 중앙시장에서도 축하공연과 벚꽃가요제, 시민시장과 벚꽃길 걷기 등이 진행된다.

청풍호 벚꽃축제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은 제천시청 홈페이지(www.okjc.net)를 클릭해 팝업창을 열어 보거나 문화예술위원회(043-641-4870)나 제천시청 문화영상팀(043-641-5517)으로 문의하면 된다.


# 해물파전 속으로 들어간 도토리

■ 청풍의 맛

벚꽃 거리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늦은 점심이 됐다. 제시간을 놓쳐서인지 식욕이 별로 없다. 요깃거리를 찾다가 메뉴판에 도토리해물파전(8000원·사진)에 눈길이 갔다. 반죽에 도토리를 넣었으니 조금은 특별할 것도 같았다. 주인아주머니가 도토리는 산세가 좋은 제천 지역에서 난 것이라 맛도 좋고 영양도 좋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도토리전을 기다리는 사이 맘씨 좋은 주인아주머니가 도토리묵도 맛을 보라며 내줬다.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서인지 묵이 차지다. 곧이어 나온 도토리전도 연한 갈색을 띠는 것이, 일반 밀가루 반죽의 전과 달리 고소하다.

청풍호 주변에는 버섯불고기 버섯전골 등 버섯을 주재료로 한 음식도 많다. 산채비빔밥 더덕정식 등도 근처의 산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해 영양과 맛이 뛰어나다. 민물회나 매운탕도 쉽게 맛볼 수 있다. 부산에서 제천시 청풍면으로 가기 위해서는 차량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대구부산고속도로와 중앙고속로를 이용하면 되며, 북단양IC 혹은 남제천IC로 내리면 된다.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법당 뒤덮은 암벽…절경이로세, 정방사

■ 청풍 주변 볼거리

청풍 벚꽃축제 현장 주변에는 가볼 만한 사찰도 많다. 정방사는 금수산(1016m) 자락인 신선봉(845m)에서 청풍방면 도화리로 가지를 뻗어 내린 능선 상에 위치한 사찰이다. 신라 문무왕 2년(662)에 의상대사가 세운 절로, 현재는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이며 기도처로 유명하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산방사로 소개돼 있으며, 의상이 도를 얻은 후 절을 짓기 위하여 지팡이를 던지자 이곳에 날아가 꽂혀서 절을 세웠다는 전설이 있다.

주변 경관이 빼어나고 특히 법당(사진) 앞에서 바라다보이는 청풍호는 세인의 삼라만상을 모두 잊게 할 정도로 전망이 좋다. 또 법당 지붕의 3분의 1을 뒤덮은 암벽이 있는데, 그 웅장함과 기묘한 모습은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정방사 경내에는 법당과 요사, 현혜문 등이 있다. 1825년에 세워진 법당은 12칸, 요사는 5칸 규모의 목조 기와집이다. 현혜문은 절의 정문으로 일주문이라고도 하고, 1칸 규모의 목조문이다. 청풍면과 인접한 금성면 성내리 마을에서 동쪽으로 난 계곡을 따라 오르면 마치 상쾌한 풍광을 느끼며 계곡의 좌편으로 까치성산이, 우편으로 동산이 길게 능선을 드리우고 있는 깊은 품 안에 무암사가 자리하고 있다. 정확한 창건 연대와 창건자는 알 수 없으며, 조선시대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에서 서남쪽 위치에 암봉이 하나 있는데 늙은 스님을 닮았다 하여 노장암이라 불린다. 이 암봉에 안개가 드리워졌을 때만 보인다 하여 무암사라고 한다.


# 한벽루·고인돌부터 밥주걱까지 청풍 문화재 여기 다 모였네

청풍호 주변은 다양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청풍문화재단지(사진) 방문을 권하고 싶다. 청풍은 아름답고 긍지 높은 곳으로서 조선시대까지 제천지역의 중심지였다. 1985년 물(충주댐)에 잠기기 전만 해도 다양한 유적이 많았다. 마을의 관문인 팔영루 앞에 역대 관리들의 송덕비가 줄을 짓고 마을 안 곳곳에 조선시대의 관아나 그 부속건물들이 섰으며 강가 언덕 위에는 날아갈 듯한 한벽루가 시인·묵객을 불러들이던 아름다운 고을이었다. 충주댐 건설로 청풍면 소재지는 지금의 물태리로 이전됐고 수몰지구에 있던 각종 유물은 청풍 문화재단지나 충북대학교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청풍 문화재단지에는 옛 고을이 재현되어 있다.

보물 제528호와 제546호로 지정된 한벽루와 석조여래입상을 비롯해 청풍부의 누문으로서 옛 청풍 동구에 서 있던 팔영루, 부사가 집무하던 동헌건물인 금병헌, 관아의 출입문이던 금남루, 부사의 쉼터 또는 공무로 내려온 중앙관속들의 객사로 쓰던 응청각, 그밖에 고인돌과 문인석, 군수나 부사의 선정비와 공덕비들, 향교 그리고 오래된 살림집들과 연자방아, 밥주걱 같은 생활 도구들까지가 다 옮겨왔다.

다른 민속촌처럼 전시용으로 만든 건물들이 아니고 오랜 세월실제로 사용되던 것들이다 보니 요모조모 들여다볼 것이 많아 한 바퀴 도는 데 시간도 꽤 걸린다. 특히나 살림집 구경에는 더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