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판 도가니 사건'으로 홍역을 앓아온 전주시 '자림원'이 잠정적으로 폐쇄된다는 언론보도가 최근 나왔다. 영화 '도가니' 이후에도 장애인시설에서 여성 장애인들이 몹쓸 짓을 당해 적발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20년을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일하며 다양한 일을 경험했지만 영화 '도가니'만큼 장애인복지계에 영향을 준 일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장애인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에서 이런 부도덕한 일이 발생했다는 데 대해 공동의 책임감을 느끼며 안타까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도가니'로 인해 그동안 장애인 복지에 대해 소원했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대중적 소통 및 공유의 가능성을 인식시켜 준 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의 관심과 여론의 반응으로 정부와 관계당국에서는 각종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을 고쳐 족벌 위주의 운영체제를 바꾸기 위한 공익이사제 도입, 장애의 특성을 고려해 '항거불능' 조항을 성폭력특례법에서 삭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 도가니 방지법 제정,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사례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 등 '제 2의 도가니 사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장애인복지시설을 범죄 가능 집단으로 규정하고 대응하는 일부 대책을 보니 마음 한편이 씁쓸하고 머리가 복잡한 게 사실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오랜 기간 장애인들의 삶을 외면해왔고, 한 인격체로서 한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한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세상 대부분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꿈꾼다. 나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 역시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 행복한 삶은 사치스러운 것도 거창한 것도 아니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을 이뤄간다는 것은 참 힘든 것 같다.

특히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서 늘 예외가 존재하고, 장애인을 끊임없이 타자화시키고, '장애인이니까 어쩔 수 없지'라며 우리는 무관심 했다. 가까이하기엔 왠지 부담스러워, 우리의 삶에서 배제하려고 했던 인식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 한 그들이 꿈꾸는 행복한 삶은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다.

'도가니'는 장애 및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큰 경종을 울렸다. 이런 일을 계기로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고 그동안 곪아 있던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는 게 분명하다. 이는 곧 우리 사회가 장애인이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보장된 지극히 당연한 권리다. 또한 장애인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좀 더 분명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평범한 권리를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박민현·무궁애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