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지금까지와 다른 코믹연기
- 관객들 낯설게 여길까 걱정

- 다른 두 배우와 진짜 친구 돼
- 현장서도 실제처럼 촬영
- 이들과 다시 '서른' 찍고싶어

반항아의 눈빛으로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던 김우빈이 이번에는 장난꾸러기 같은 눈빛으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고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스물'(25일 개봉)에서 김우빈은 강하늘, 이준호와 함께 여심 사냥에 나섰다. 이들은 인기만 많은 치호(김우빈), 공부만 잘하는 경재(강하늘), 생활력만 강한 동우(이준호)로 분해 스무 살 청춘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사랑과 우정, 눈물을 유쾌하지만 아프게 그려낸다. 드라마 '상속자들'과 영화 '친구2' '기술자들'로 배우의 품새를 갖춰가고 있는 김우빈은 천부적 연애 재능을 지녔지만 목표 의식 없이 잉여의 삶을 사는 백수 치호를 연기한다.

영화 속 치호처럼 한결 부드러운 눈빛과 짖궂은 웃음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는 김우빈을 지난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스물'은 이전 작품들과 달리 편안하고,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다. 연기가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이전 영화들이 강하고 무겁고 센 느낌이라면 이번에는 밝고 어린 느낌이 나는 스무 살처럼 보이고 싶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의 연기를 했기 때문에 걱정도 된다. 관객은 낯설게 느끼실 수 있는데, 촬영할 때는 기분 좋게 연기했다. 코믹 연기는 예전에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에서 잠깐 해봤는데, 너무 빨리 종영해 맛만 봤다고 할 수 있다.

-'스물'의 이병헌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치호 역으로 김우빈 씨를 염두에 뒀다고 했다.

▶좋은 역할을 주셔서 감사했다. 시나리오를 매니저에게 메일로 받아서 휴대전화로 봤다. 한 번 보고 바로 결정했다.

-치호는 김우빈 씨와는 많이 다른 성격의 인물이다. 실제 김우빈 씨의 스무 살은 어땠나?

▶나의 스무 살은 치호와 거리가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모델을 정말 하고 싶었다. 부모님도 응원해 주셔서 대학 때 모델학과를 다녔다. 그런데 20대 초반에는 일이 없고 생활이 어려워서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강하늘 씨나 이준호 씨는 캐릭터와 비교하면 어떤가?

▶촬영하면서 각자 그 인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이는 바르고 정직하고, 준호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영화 속 인물과 비슷했다.

-대사가 많고, 빠르게 진행된다. 연기도 실제 친구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셋이 친구가 됐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그 인물이 됐다. 연령대가 비슷해서 저절로 그렇게 됐다. 촬영 끝나면 붙어서 수다 떨고, 애드리브도 잘 받아줬다.

	영화 '스물' 스틸컷.

-스무 살의 청춘을 그린 영화가 이전에도 여러 편 있었다. 이 영화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영화에서 솔직하게 다가갈 수 없는 소재를 재미있게 풀었다. 그 안에 남자들의 우정을 다뤄서 더욱 좋다. 여성 관객도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10, 20대뿐만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난 분들도 공감하고 추억할 수 있는 영화다. '서른'이라는 영화도 나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친구들의 서른 살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이 배우들이 다시 모일 수 있다면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스무 살인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촌 동생들이 갓 스무 살이라 많은 경험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범죄만 아니라면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한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영화나 드라마는 많은 사람이 한 시기에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은 운명처럼 다가올 것이다. 앞으로도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이병헌 감독이 밝히는 세 배우와 세 캐릭터

	영화 '스물'에서 스무 살 청춘을 연기한 강하늘, 김우빈, 이준호(왼쪽부터).

'스물'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은 머릿속으로 그렸던 치호, 동우, 경재의 캐릭터를 두고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을 캐스팅 1순위로 꼽았다. 그리고 자기 뜻대로 이들을 캐스팅해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마성의 눈빛으로 여성의 마음을 훔치지만 부모님의 돈으로 먹고사는 치호 역에 김우빈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김우빈의 말투, 표정, 행동에 넘쳐흐르는 장난기가 자연스레 치호를 떠오르게 했다"는 이 감독은 "촬영이 끝난 후 연기를 놀이처럼 자유분방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고 이 배우와 앞으로 영화 10편은 함께 하고 싶다고 느꼈다"며 신뢰감을 내비쳤다.

만화가의 꿈을 위해 쉴 틈 없이 준비하는 생활력 강한 재수생 동우 역에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매력을 지닌 이준호가 가장 잘 맞아 떨어졌다. "이준호는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얼굴을 가진 배우다. 촬영 내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내뿜었던 이준호는 단연 돋보였고, 여러모로 동우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첫 만남부터 강하늘의 환한 미소 속에서 철저한 자기관리로 대기업 입사를 꿈꾸는 엄친아 경재를 봤다. "강하늘을 보자마자 '바로 경재다'라는 생각이 앞섰다. 관객은 '스물'에서 강하늘 안에 숨겨진 코믹 본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강하늘의 코믹 연기를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