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영화가 개봉하면서 40,50대 관객과 가족 관객이 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애니메이션 외에 어린 자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드라마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무척 긍정적이다. 어린 남매가 경찰서에 붙잡힌 아버지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세계일주(사진)'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가족애가 물씬 풍기는 영화다.

동생을 뒷바라지하는 아홉 살 누나 지호와 나이에 비해 세상을 일찍 알아버린 일곱 살 동생 선호는 아버지가 위기에 처했다는 전화를 받는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숨지게 한 뺑소니 차량을 찾기 위해 매일 사고지점에 나가던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남매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남매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 떠나는 길은 지하철로 1시간 20분 거리다. 어른들에게는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어린 남매에게는 멀고도 험한 무박 2일의 어드벤처다. 제목 '세계일주'는 바로 아이들의 시선으로 느끼는 상대적 거리감을 표현한 것이다.

집에서 출발한 남매는 처음부터 지갑을 잃어버린다. 어렵사리 친구에게 돈을 빌려 지하철을 타지만 동네 어린 깡패와 옥신각신하면서 동생과 헤어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상봉한 남매는 인신매매범에게 팔려갈 위기에도 몰린다. 어린 남매에게 집을 떠난 세상은 정글과 같은 험난한 곳이다.

그렇다고 고난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배고픔 탓에 소시지를 훔쳤지만 배곯고 다니지 말라며 맛있는 떡국을 끓여주는 구멍가게 할머니, 인신매매의 위기에서 몸을 바쳐 구해준 거리의 가수 등은 삭막해 보이는 세상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하는 인물들이다.

무엇보다 무박 2일의 여정 동안 서로 의지하며 갖은 고난을 헤쳐나간 남매의 가족애와 한 뼘 정도 성장한 남매의 모습을 보며 지을 수 있는 흐뭇한 미소는 '세계일주'가 주는 미덕이다. 따뜻한 가족애와 훈훈한 온정이 느껴지는 '세계일주'는 지난 연말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과 더불어 가족 영화로 추천할 만하다.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