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학생야구단을 촬영 중인 '그라운드의 이방인' 제작진.

프로야구 시즌이 성큼 다가왔다. 이에 발맞춰 극장가에서는 야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그라운드의 이방인'과 '파울볼'이 관객과 만난다. 19일 개봉하는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1982년 봉황대기 야구대회에 출전했던 재일교포 야구팀의 멤버들을 찾아 나섰고,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파울볼'은 한국 최초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선수들과 그 중심에 있었던 김성근 감독을 그렸다.

■그들은 이방인이 아니다…'그라운드의 이방인'

	1982년 봉황대기 결승전에 출전한 재일동포 학생야구단 소속 선수.

한국 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 이전에는 고교 야구가 전성기를 누렸고, 그 이전에는 1956년부터 1997년까지 해마다 현해탄을 건너와 모국 야구 발전의 토양을 다졌던 재일동포 학생 야구단이 있었다.

1956년 정부는 야구 발전을 위해 해외 선진 야구를 초청하기로 했다. 그런데 미국은 너무 멀었고, 일본은 정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찾은 해법이 '재일동포 학생야구단 모국 방문 초청경기'를 여는 것. 고(故) 배수찬 선수가 2회 대회, 일본 프로야구의 타격 전설 장훈 선수는 3회 대회, '야신'이라 불리는 현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은 4회 대회 때 재일동포 학생야구단의 일원으로 모국 땅을 밟았다.

1969년부터는 봉황대기 전국야구대회에 재일동포팀을 초청했으며, 이는 1997년까지 이어졌다. 쟁쟁한 야구 명문고 사이에서 재일동포팀은 1974년, 1982년, 1984년 모두 세 차례 결승전에 올랐다. 특히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멤버들은 군산상고와 함께 고교야구 최초로 잠실야구장에서 결승전을 치른 팀으로 기록됐다.

	1982년 전국 고교 선수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재일동포 학생야구단.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1982년 재일동포팀 선수들을 찾아 30여 년 전에 뛰었던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시구를 하는 과정을 그렸다. 제작진은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돌아다니며 수소문 끝에 이제는 마흔여덟 살이 된 아저씨들을 모을 수 있었다. 양시철(투수), 김근(좌익수), 배준한(3루수) 등은 삼겹살집에서 소주를 기울이며 당시를 회상한다. 일본에서 한국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살았던 이야기와 국내 고교팀과 경기 때 관중의 야유와 상대 팀의 견제가 있었다는 에피소드는 일본과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재일동포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승리하면 경기장에 모교의 교가가 울려 퍼졌는데, 재일동포팀은 '고향의 봄'이 흘러나왔다며 모두가 노래 부르는 모습은 울컥하게 한다.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야구로 뜨거운 시절을 보냈고, 야구로 다시 모국을 느낀 사람들을 통해 역사와 민족을 생각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다.

■파울볼이면 어때! 다시 일어서면 돼…'파울볼'

	혹독한 훈련을 받는 고양 원더스 소속 선수.

'고양 원더스'라는 야구팀이 있었다. 2011년 9월 창단한 후 3년간 90승 25무 61패를 기록했으며, 총 31명이 프로구단에 입단했으나 2014년 9월 갑작스럽게 해체된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이다. 고양 원더스는 73세 최고령 야구 감독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화려한 경력의 풍운아 최향남, 김수경 투수를 비롯해 프로야구 구단에서 방출됐거나 신인 선발에서 지명받지 못한 선수로 팀을 꾸렸다. 한 마디로 외인구단이다.

'파울볼'은 프로야구 선수라는 꿈을 위해 좌절하지 않고 땀을 흘렸던 고양 원더스의 선수들과 이들의 꿈을 위해 기꺼이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김 감독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선수를 지도하는 모습.

고양 원더스가 해체될 것을 모르고 기획된 '파울볼'은 처음에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재기하는 야구선수들과 김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었다. 지옥 훈련을 하는 선수들의 땀방울과 지금도 직접 500~1000개의 펑고(수비훈련을 위해 배팅볼을 쳐주는 것)를 날리며 직접 지도하는 김 감독의 모습은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오합지졸 선수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퓨처스리그 교류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과정과 한 명씩 프로구단에 스카우트되는 모습 속에서 선수들과 함께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런데 느닷없이 해체 소식을 듣는다. 열심히 하면 프로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었고, 야구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던 그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그런데 그들은 두 번 좌절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훈련에 임했고, 해체된 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안형권 선수도 있다. 김 감독은 "야구에서 파울볼은 다시 칠 수 있는 기회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실수와 실패가 있더라도, 너무나 어렵고 극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것을 '파울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파울볼'은 희망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