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맨

전 세계 영화인의 축제인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23일(한국 시각)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내렸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음악상)이나 '사랑에 대한 모든 것'(남우주연상), '보이후드'(여우조연상), '인터스텔라'(시각효과상)처럼 지난해 개봉한 영화도 있지만

최근 개봉했거나 앞으로 선보일 화제작이 많다. 이른바 '아카데미 시즌 영화' 가운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 4편을 소개한다.


■ 버드맨(3월 5일 개봉)

올해의 화제작은 총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주요 4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버드맨'이었다. '버드맨'은 과거 슈퍼 히어로 영화 '버드맨'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할리우드 배우가 예전의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연극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마이클 키튼은 실제로 1989년 '배트맨'로 인기를 얻었고, 이후 1992년 '배트맨2'로 상한가를 친 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배우여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플랑세캉스(원 신 원 커트)처럼 촬영된 장면들은 블랙코미디인 이 영화를 판타지 영화처럼 느끼게 한다. 지난해 촬영상 수상작인 '그래비티'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촬영 솜씨를 보여준 에마누엘 루베즈키의 실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한다. 카메라의 위치가 어떻게 변하면서 촬영됐는지를 보는 것도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 위플래쉬(3월 12일 개봉)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다크호스는 당연 '위플래쉬'였다. 주요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위플래쉬'는 남우조연상, 음향상, 편집상 등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J.K. 시몬스의 남우조연상 수상은 예견됐는데, 그는 골든 글로브, 영국아카데미, 미국 배우조합상에 이어 아카데미까지 수상하며 남우조연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과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선생의 대결을 그린 드라마다. 폭군 선생 역의 J.K. 시몬스와 더불어 실제 드럼 연주를 대역 없이 소화해낸 마일즈 텔러의 신들린 열연과 19일 만에 촬영을 해낸 천재 신예 감독 다미엔 차에레의 연출력이 눈부시다. 특히 엔딩의 전율을 느끼게 하는 드럼 연주는 긴 여운을 남긴다.


■ 스틸 앨리스(상반기 개봉)

여우주연상도 이미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미국 배우조합상 등을 수상한 '스틸 앨리스'의 줄리안 무어에게 돌아갔다. '스틸 앨리스'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의 주인공이었던 여교수 앨리스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소중한 기억들을 서서히 잃어가는 과정을 그린 감동 드라마다. 이 영화에서 줄리안 무어는 앨리스 역을 맡아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극찬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번 수상이 인상적인 것은 그녀가 4전 5기 끝에 첫 오스카 트로피를 안았다는 것이다. 줄리안 무어는 1998년 '부기 나이츠'로 여우조연상 후보, 2000년 '애수'로는 여우주연상 후보, 그리고 2003년 '파 프롬 헤븐'과 '디 아워스'로 각각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후 13년이 지나 다섯 번째 만에 수상에 성공했다.


■ 이미테이션 게임(지난 17일 개봉)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불운의 작품은 무엇일까?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을 비롯해 총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각색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던 '이미테이션 게임'이 아닐까 싶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에니그마(24시간마다 2200만 개의 암호 조합을 만들어내는 암호 생성기) 암호를 해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실존 인물 앨런 튜링의 드라마틱한 실화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