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속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잘 짜인 퍼즐 같은 사기에 아기자기한 로맨스가 곁들여진 '포커스(사진)'를 보면 이 질문의 답을 알 수 있다.

베테랑 사기꾼 니키(윌 스미스)는 사기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신참내기 사기꾼 제스(마고 로비)와 사랑에 빠지지만 너무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그녀를 떠난다. 그리고 3년 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마주치게 된 두 사람이 동시에 한 명의 백만장자를 노리게 되면서 일이 꼬인다.

영화는 초반부터 현란한 소매치기 기술을 선보이며 시선을 끈다. 니키를 비롯한 그의 조직원들은 목표물의 주위를 흩트리고 소매치기를 하는 다양한 수법이 마치 마술을 부리듯 보여준다. 사기꾼들의 손기술을 보여준 후에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사기 기술이 등장한다. 챔피언십 풋볼 경기장에서 55번을 단 선수를 놓고 벌이는 내기는 단순한 사기가 아닌 연상법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학이 동원된다.

중반까지 사기기술의 방법론과 니키와 제스의 관계를 보여준 영화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장면부터 관객과의 두뇌 싸움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백만장자의 등을 치려는 니키와 제스가 3년 만에 우연히 만나면서 모든 사건은 엔딩의 반전을 위한 단서가 된다. 만일 '포커스'가 진지한 케이퍼 무비(범죄자들이 무언가를 강탈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를 택했다면 복잡한 서사구조를 모두 이해하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로맨스가 곁들인 가벼운 케이퍼 무비를 택했기 때문에 흐름만 따라가면 후반에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너무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대중적이긴 하지만 초반의 재기발랄한 전개에 비해 후반부가 상투적인 장르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점은 아쉽긴 하다.

아들과 함께 출연했던 '애프터 어스'의 흥행 실패 이후 슬럼프에 빠졌던 윌 스미스는 영리한 사기꾼 니키 역을 맡아 재기를 노린다. 제스 역의 마고 로비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다시 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또 하나의 주인공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다. 뉴올리언스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화려한 색감은 세련된 케이퍼 무비의 느낌을 강조한다. 사기꾼을 다룬 영화 '포커스'는 관객의 마음을 빼앗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