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달한 러브스토리도 가미

우리에게 '매트릭스' 3부작과 배두나가 출연했던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친근한 워쇼스키 남매 감독은 영화 속에서 항상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투영해왔다. 이들의 신작 '주피터 어센딩(사진)' 역시 궤를 같이 한다. 지구 중심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무한대의 우주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매트릭스'보다 진일보한 SF 액션으로 블록버스터의 즐거움까지 만끽하게 한다. 이야기는 신화적 대서사를 기반으로 유전자 조작, 계급, 존재론, 윤회 등의 철학적 사고와 '달달한' 러브 스토리를 가미했다.

영화의 대전제는 우주를 통치하는 아브라삭스 가문이 있다는 것이다. 아브라삭스 가문의 통치권을 쥐었던 여왕이 죽자 그 뒤를 잇는 발렘, 칼리크, 타이터스 남매는 권력 다툼을 벌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계승자가 있었으니, 지구에서 여왕의 유전자를 물려받고 환생한 주피터가 주인공이다. 세 남매는 각자 하수인을 보내 주피터(밀라 쿠니스)를 쫓게 되고, 주피터는 전직 우주 군인이었던 케인(채닝 테이텀)의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운명을 맞이한다.

'주피터 어센딩'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가 던졌던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다행인 것은 주피터가 인류의 존엄을 지키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아브라삭스 가의 세 남매와 싸운다는 점이다.

'주피터 어센딩'은 머리 아픈 SF 영화가 결코 아니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놀라운 액션으로 마천루의 시카고 하늘을 우주 전쟁터로 만들고, 창조적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우주 전투가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 케인은 중력을 이용한 부츠를 착용하고 미끄러지듯 공중을 휘젓고 다니는데, 이런 장면들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3D로 영화를 보길 권한다.

워쇼스키 남매의 영화가 다소 난해하다고 생각했거나 우주 배경의 SF 액션 영화가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관객이라면 '주피터 어센딩'은 기대보다 훨씬 즐거운 영화보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