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산세에다 거대한 덩치까지 갖춘 산들이 한꺼번에 늘어선 모습이 흡사 유럽의 알프스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영남알프스. 생각만 해도 기분좋고 시원스런 풍광이다. 이런 영남알프스를 발 아래에 두고 내려다볼 수도 있는 곳이 있다. 물론 등산을 좋아한다면 직접 산을 오르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공중에 매달린 채로 영남알프스를 손바닥에 올려놓은 것처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눈치빠른 독자들은 벌써 눈치챘을 것이다. 경남 밀양시 산내면의 '영남알프스얼음골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국내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

취재진이 밀양시 산내면으로 들어서자 영남알프스의 중심부답게 주변이 높은 산으로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었다. 얼음골케이블카는 한여름에도 얼음이 얼 정도로 시원하다는 얼음골을 옆에 두고 조금 더 들어가야 한다. 얼음골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도착한 지하1층 지상2층 규모의 하부승강장은 아담한 버스터미널같은 분위기다. 하부승강장은 기계실 승하차장 사무실 매점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승차 비용은 1만2000원(왕복)이다. 케이블카는 30분마다 출발한다고 해서 취재진은 대기실에서 10여분 머물렀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탑승한 케이블카는 사방이 통유리로 돼 시야가 탁 트였고, 한꺼번에 50명을 태울 수 있을 정도로 꽤 넓었다. 출입문이 닫히고 드디어 굵은 줄에 매달린 케이블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사가 가팔라서 그런지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동행한 얼음골케이블카 김영식 본부장(전무)은 "박스형 궤도차량 2대를 평균 초속 4m의 속도로 운행하는데, 운행거리가 약 1.8㎞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고 설명했다. 케이블카는 이 지역 능동산과 천황산 사이를 통해 산 위로 올라간다. 이 날은 미세먼지가 제법 있어 시정이 썩 좋지 못했지만 주변의 산봉우리들이 한눈에 펼쳐지며 가슴까지 시원한 느낌이었다. 겨울산이어서 나무마다 낙엽을 벗어던지고 앙상한 가지만 내놓고 있었지만, 그것대로 운치와 멋이 있었다. 최근 신설된 울주군으로 이어지는 국도 24호선을 달리는 차량들의 모습이 장난감같이 보일 정도로 아득해졌다. 케이블카 아래 마을의 모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높은 곳까지 올랐으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취재진도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발 1020m에서 영남알프스를

이번에는 케이블카가 진행하는 반대편 즉, 하부승강장 뒤쪽의 백운산 백호바위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산봉우리의 하얀 바위와 중간중간의 검은색 띠가 백호의 무늬와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케이블카의 고도가 조금 더 높아지니 백운산 너머 멀리 가지산의 모습도 보였다. 산 정상의 나무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느낄 즈음, 케이블카는 상부승강장에 조용히 안착했다. 출발한 지 10여 분만이다. 상부승강장은 해발 1020m 높이에 위치해 있다. 하부승강장에서 해발 기준으로 약 700m를 올라온 것이다. 케이블카 여행은 이것으로 끝난게 아니다. 상부승강장에서 천황산 쪽 능선을 따라 설치된 약 280m 길이의 데크로드를 걸으며 영남알프스의 겨울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데크로드의 이름은 하늘사랑길이다. 하늘사랑길 중간 지점의 전망대에서는 언양 방면의 모습을 볼수 있는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등의 봉우리가 선명하다. 데크로드가 끝나는 지점에서는 천황산과 재약산 억산 운문산 백운산 등이 차례로 도열한 장면이 펼쳐진다. 그러나 데크로드를 벗어나 더 나아갈 수 없다. 정부가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케이블카를 거쳐서 등산을 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데크로드 근처에는 별도의 산림욕장도 조성돼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산림욕장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 상부승강장 주변의 포토존으로 가자 얼음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대단했다. 제대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상부승강장 주변에는 바닥에 잔설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김 본부장은 "나뭇가지가 온통 눈으로 뒤덮이는 상고대가 형성되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이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관광객도 많다"고 했다. 사실 이날같은 겨울철은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1년중 가장 비수기에 해당한다. 아무래도 인근의 호박소 계곡와 얼음골이 여름에 인기 많은 관광지여서 이때 케이블카 손님도 많다. 봄과 가을에는 곱게 물든 산을 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는 관광객이 많다.

■정상부 등산로 개방 앞둬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내려오는 것은 정해진 시간이 없다. 케이블카 운행 시간 내에 내려오면 된다. 요즘은 오후 5시가 마지막 운행 시간이며, 여름철에는 오후 6시까지 운행한다. 내려올 때는 바람이 생각보다 많이 불어 케이블카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바람 때문에 중간에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바람 세기가 초속 18m 이상이면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된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케이블카 바닥에 응급하강장치가 설치돼 있는 등 비상사태 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얼음골케이블카 입장에서는 '숙원'에 해당하는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경상남도 도립공원위원회가 지난해 연말 전체회의를 열고 얼음골케이블카 정상의 등산로를 올 2월부터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의 데크로드가 끝나는 지점에서 천황산 재약산 표충사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그야말로 절경이지만 현재는 갈 수 없는 곳이다. 지금도 이 등산로를 이용하려는 관광객들 탓에 얼음골케이블카 측 직원과 실랑이가 적잖다. 얼음골케이블카 측은 조만간 주변 자연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 공사를 한 뒤, 3월부터는 등산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남 통영과 전북 무주 덕유산에도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통영 미륵산에 설치된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는 한국에서 유일한 2선(bi-cable) 자동순환식 곤돌라 방식으로, 그림같은 한려수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식을줄 모른다. 상부역사에는 신선대 전망대, 한산대첩 전망대, 한려수도 전망대, 통영상륙작전 전망대, 박경리묘소 전망 쉼터 등이 조성돼 케이블카 관광의 재미를 더한다. 상부역사에서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미륵산 정상이다. 1975m의 긴 길이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적인 설계에 의해 중간지주는 1개만 설치해, 환경보호는 물론 탑승객에게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내달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은 기계 정비를 위해 휴장하며, 설 당일인 19일에도 쉰다.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누적 탑승객이 지난해 12월 3일 기준 800만 명을 돌파했다. 2008년 4월 개장 이후 6년 만의 대기록이다. 하루 평균 4047명이 케이블카를 탔다는 의미다. 또 2014년한국 관광기네스에 선정된데 이어 지난 8월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됐다.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내의 덕유산케이블카(곤돌라·사진)는 눈이 많이 내리는 요즘 같은 겨울철에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케이블카는 덕유산의 정상인 향적봉(해발 1614m) 바로 아래인 설천봉(해발 1520m)까지 운행되는데 덕유산의 눈덮인 상고대를 발 아래에서 감상할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향적봉까지는 20여 분만 걸어가면 돼 겨울산을 밟기 위한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도 높은 덕유산 정상을 비교적 손쉽게 오를 수 있어 케이블카의 인기가 높다. 겨울철을 기준으로 평일에는 3000명, 주말에는 1만 명이 케이블카를 이용하고 있다. 케이블카 탑승 비용은 왕복 기준으로 1만 원이다.

게다가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는 덕유산리조트 내에 있는 것도 이 케이블카의 장점이다. 덕유산리조트에는 국내에서 가장 긴 슬로프의 스키장과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18홀 규모의 골프장도 있고, 봄·가을에는 서바이벌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있다. 덕유산리조트 측은 겨울은 물론이고 사시사철 케이블카 승객이 꾸준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