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남 1970'에서 건달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 이민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꽃남 속 귀공자 이미지 탈피
- 비틀린 욕망의 밑바닥 인생
- 강남땅 두고 싸우는 '종대' 役
- 김래원과 연기호흡 잘 맞아

드라마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에서 귀공자풍의 이민호는 이제 잊어야겠다. 21일 개봉한 영화 '강남 1970'에서 이민호는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내려놓고 거친 남자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에 이어 거리 3부작의 완결편인 '강남 1970'에서 이민호를 택해 남자 배우의 변신을 보는 쾌감을 전한다.

'강남 1970'은 1970년대 개발이 시작되던 서울 강남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려낸 영화다. 이민호는 함께 주연을 맡은 김래원과 나란히 가진 것은 싸움 실력밖에 없는 밑바닥 청춘 역을 맡아 남성미 가득한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 초반 강남의 넝마주이에서 시작해 중반 이후에는 조직의 상층부까지 올라가 거침없는 액션을 보여준다.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부나방의 모습을 보여준 이민호는 '강남 1970'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하고 있다.

	영화 '강남1970' 스틸컷.

-2008년 '강철중: 공공의 적 1-1' '울학교 이티' 이후 영화 출연이 뜸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의 성공으로 영화 출연 제의가 많았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꽃보다 남자'를 마치고 영화를 한다면 20대 후반쯤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연기에 책임질 수 있을 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강남 1970'에서 (어렸을 때 느끼지 못했던 것을) 억지로 표현하거나, 어른인 척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기다렸다가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유 감독의 이전 영화에서 권상우와 조인성이 멋지게 연기 변신을 했다.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말죽거리 잔혹사'는 고교 때, '비열한 거리'는 20대 초반에 일반 관객으로서 봤다. 그래서인지 부담감은 없었다. 막상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다 보니 유 감독님의 거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데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촬영 전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잘하거나 돋보여야겠다는 생각에 더 오버하는 연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함께 호흡을 맞춘 '용기' 역의 김래원과 이미지가 비슷하다. 여섯 살 차이가 나는데 '어린 김래원'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미지 측면에서 형과 겹치는 부분이 있긴 했다. 유 감독님께서 두 배우를 변화시키겠다는 확신이 있으셔서 잘 갈 수 있었다. 실은 첫 소속사가 래원이 형이 있던 곳이었다. 당시 래원이 형 고등학생 때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초반에 더벅머리의 넝마주이로 분장했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촬영할 때는 둘이 넝마주이 분장을 한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까 고민했다. 허름한 옷은 여러 스태프가 입은 후 심사를 거쳐 가장 거지 같은 것으로 골랐다. 그 장면이 길지 않고 호기심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라 다행이었다.

-멋진 액션도 많았다. 액션장면이 많아서 준비도 해야 했을 텐데….

▶'상속자들'을 마치고 크랭크인까지 해외 스케줄이 잡혀서 완벽하게 준비치 못해 감독님께 죄송했다. 해외 스케줄 도중에 액션팀 한 분을 모셔서 연습했다.

-명동 복부인 민마담으로 등장하는 김지수와의 키스 신이 꽤 진했다.

▶그 장면을 볼 때 오그라들었다. 촬영 때는 쑥스럽지 않았다. 지수 누나가 오히려 쑥스러워했다.

-올해에도 많은 작품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계획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올해에는 영화와 드라마 한 편씩 하려고 한다. 영화는 깊이 있는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고, 드라마는 완전히 풀어진 동네 양아치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


# 공동묘지 진흙탕 떼 싸움, 1주일 동안 배우들 마취제 맞으며 촬영

- 150명 투입…진흙 독 오르기도

유하 감독은 "어떤 영화든 액션은 드라마를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강남 1970'에는 목욕탕 액션, 야당 전당대회 액션, 창고 액션 등 다양한 액션 장면이 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액션 장면은 공동묘지의 진흙탕에서 벌어지는 조폭들 간 떼싸움(사진)이다.

전남 담양의 야산을 한 달 동안 고르고 흙을 덮어 만든 공간에서 일주일간 촬영된 이 장면은 150명이 뒤엉켰으며, 인공 비를 만들기 위해 800t의 물이 뿌려졌다. 이민호는 "밭에 황토를 얹어서 묘지를 만들었다. 일주일간 비를 뿌리면서 촬영을 하다 보니 황토가 씻기고 땅속의 퇴비가 드러나면서 냄새가 났다. 150명이 뒤엉켜 싸움을 벌였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퇴비에 노출되면서 많은 분이 부상과 진흙 독으로 병원을 찾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비가 오는 진흙탕 속이라 중심 잡기도 힘든 상황에서 이민호는 발톱이 들리는 상처를 입었으나 마취 주사를 맞고 촬영을 감행하기도 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민호가 끝이 뾰족한 쇠로 된 우산을 무기로 삼아 상대 조폭을 상대하는 것인데, 유 감독이 실제 1970년대에 우산으로 사람을 찌르는 것을 본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