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운 실제 미군 스나이퍼를 주인공으로 했다면 응당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명배우이자 거장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메가폰을 쥐면 다르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라크전에서 공식 160명, 비공식 255명을 저격해 미군사상 최다 저격 기록을 가진 미 해군 네이비 실 전설의 저격수 크리스 카일(1974~2013)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네 동생이 밖에서 누군가에게 맞고 오면 너는 그를 끝장내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9·11 사건을 보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네이비 실이 된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은 이라크에 네 차례 파병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방점은 군인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크리스 카일의 내면에 찍힌다. 네 차례 파병으로 심리·육체적으로 조금씩 피폐해가는 크리스 카일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전쟁은 그의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아메리칸 스나이퍼'로 다시 한 번 반전 메시지를 전한다. 저격용 라이플 조준경에 눈을 맞추고 대전차용 수류탄을 손에 든 아이를 바라보며 갈등하는 크리스 카일의 심정은 그대로 전달된다. 퇴역한 크리스 카일은 상이용사들을 돌보며 안정된 생활을 하지만, 자신이 도우려던 군인에게 살해당한다. 그의 관 위에 박힌 수많은 훈장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