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부모님 실종사건 파헤치는 콩가루 5형제 중
- 조폭 포스 풍기는 둘째 타투이스트역 맡아
- 윤상현 등 동료배우들과 찰떡 호흡 과시
- 지난 5월 득녀… 아빠된 것 가장 뜻깊어

잠깐 등장해도 뛰어난 연기로 관객의 기억에 각인돼 잊히지 않는 배우를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고 한다. 2010년 '방자전'에서 변사또 역을 맡아 단박에 관객의 시선을 모으며 충무로의 샛별로 떠오른 배우가 송새벽이다.

이후 그는 '위험한 상견례' '아부의 왕'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올해에는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은 '도희야'와 반전의 매력이 있는 '내 연애의 기억'에서 새로운 연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4일 개봉한 '덕수리 5형제'에서는 5형제 중 둘째로, 완벽한 조폭 포스를 풍기지만, 잔정이 많은 '소녀 감성' 캐릭터 동수를 맡아 '역시 송새벽'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제목의 '덕수리 5형제'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콩가루 5형제가 부모님 실종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형제애를 느끼는 코미디 영화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맡은 배역마다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송새벽을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긴 머리가 어울리는 배우가 흔치 않은데, 긴 머리가 잘 어울린다. 꽤 오래 긴 머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화가 끝나면 자르지 않을까 싶다. '도희야' 촬영 때부터 길렀는데 이렇게 긴 머리를 한 것은 처음이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손질할 것도 없고 편하다.

-12월이다. 올해를 마감하면서 한 해를 돌아보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벌써 12월이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개인적으로 뜻깊은 것은 아빠가 된 것이다(그는 지난 5월 득녀했다). 또 '도희야'로 칸도 가보고, '덕수리 5형제'로 마무리를 해 의미가 깊다.

-'덕수리 5형제'는 제목부터 임팩트가 있다.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점이 끌렸나?

▶예전부터 가족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TV에서 보는 시트콤이나 가족 드라마를 보면서 저런 따뜻한 느낌의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덕수리 5형제'가 바로 그런 영화였다.

-이번에는 욕을 입에 달고 살고, 문신이 있어서 조폭으로 오해를 받는 타투이스트 동수 역을 맡았다. 어떤 매력이 있었나?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여린 면을 가지고 있는 동수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는 인물 아닌가. 그런 것이 좋았고, 시원시원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시원하게 욕을 하는데, 윤상현 선배가 그래서 내 역을 탐냈나보다.

-초반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에 내려온다. 무척 멋있었다.

▶할리데이비슨을 배워서 처음 타봤다. 엄청나게 무거워서 끌고 가기도 했다. 바퀴가 돌려진 상태에서 엑셀을 조금 당겼는데 확 나가면서 바다에 빠질 뻔한 적도 있다. 그런데 스태프들이 내 걱정보다 오히려 비싼 오토바이 걱정을 하더라.

-앞서 가족극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5형제의 호흡이 참 좋아 보였다. 실제로도 친해 보였다.

▶이번 영화는 5형제가 함께 모이는 장면이 많았다. 모두 함께 모이니 힘이 되더라. 그래서 배우들끼리 더욱 친해졌다. 첫째 아들 역의 윤상현 선배가 현장 분위기를 즐겁게 잘 이끌어줬고, 넷째 아들 역의 황찬성 씨가 형들을 잘 받쳐줬다. 셋째 딸 역의 이아이 씨는 손편지를 주기도 했다. 보통 촬영이 끝나면 서로 스케줄이 바빠 연락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에는 함께 고생해서 그런지 연락도 자주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장소인 바닷가 장면이었다. 나이가 서른여섯인데도 눈물이 조금씩 많아지는 것 같다. 그 장면을 찍기 전부터 우울하고 감성적이 됐다. 숙소에서 말도 없고, 밥도 잘 안 넘어가고 그랬다. 감정적으로 무척 힘든 장면이었다.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형제애, 가족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덕수리 5형제' 배우들의 고생담

- 온몸에 거대한 용문신·맷집 키우기… 캐릭터 만들기 쉽지 않네

'덕수리 5형제'의 배우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열연으로 다양한 고충을 겪어야 했다.

먼저 5형제의 행동대장인 송새벽은 조폭 비주얼을 보여주기 위해서 온몸에 문신을 해야 했다. 팔 끝부터 가슴과 등에 이르는 거대한 용 문신은 실제처럼 정교하게 표현되는데, 그 뒤에는 하루에 13시간씩 온몸에 문신을 그리는 고생을 해야 했다. "움직이지 말아야 했기 때문에 졸지도 못 했다. 나뿐만 아니라 문신을 그리는 선생님도 고생을 많이 했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셋째 날라리 현정 역을 맡은 이아이는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폴 댄스 장면을 위해 크랭크인 6개월 전부터 폴 댄스 안무를 배우는 노력을 했다.

하체의 힘으로 몸 전체를 지탱해야 하는 고난도의 댄스 동작을 연습하면서 엄지발톱이 뽑히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발톱이 빠지는 바람에 초반 촬영 분량이 뒤로 밀리면서 굉장히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마지막엔 2분30초가량의 안무를 완성해 연습했는데, 영화에는 20초 정도 나와서 개인적으로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넷째 수근 역의 황찬성은 맷집을 길러야 했다. 특히 과거 학창시절 장면에서는 여학생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가 하면, 이아이에게 따귀를 맞는 장면에서는 계속된 촬영으로 뺨이 빨갛게 부어올라 촬영을 잠시 중단해야 할 정도였다.

황찬성은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맞는 것이었다"며 "원래 제대로 한 방 맞고 끝나는데, 커트가 많아지면서 네다섯 대 맞았다. 그러다 보니까 뺨이 빨개지고 부어 5분 정도 쉬었다 촬영을 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