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해운대 모래사장에는 모형 탱크 한 대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 탱크는 할리우드 액션 대작 '퓨리'에서 맹활약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주력 탱크였던 M4 셔먼으로, 영화에서는 '퓨리'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전차부대를 이끄는 워 대디(브래드 피트)와 신병 노먼(로건 레먼), 부대원 바이블(샤이아 라보프), 고르도(트리니 가르시아), 쿤 애스(그레디 트레비스) 등 5명은 최전선에서 독일군 부대와 전투를 벌인다. 최악의 상황에서 남은 건 탱크 퓨리 한 대와 지칠대로 지친 부대원들뿐이다. 이들은 연합군의 승리를 위해 악몽 같은 하룻밤 전투를 벌인다.

그동안 전쟁 액션영화는 많았으나 탱크를 소재로 한 영화는 드물었는데, '퓨리'에서는 탱크 액션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M4 셔먼과 독일군의 유명했던 타이거탱크가 3 대 1로 벌판에서 벌이는 격전은 탱크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또한 기동력을 잃은 탱크 한 대로 수많은 독일군과 벌이는 후반부 마지막 전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액션뿐만 아니다. '퓨리'는 전쟁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무자비한 전쟁의 참상과 치열한 전투 속에서의 전우애, 위기에 놓인 지휘관의 리더십, 살인을 주저했던 신병의 성장기, 점령 지역에서 피어나는 로맨스 등이 한 편의 영화에 모두 담겨 있다. 깊은 맛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대신 빠른 이야기 전개로 134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전쟁 액션의 긴장감이 살아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만족스럽다. 브래드 피트는 스크린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그는 마치 부대원들의 아버지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전장의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퍼시 잭슨' 시리즈와 '스턱 인 러브'의 앳된 소년 이미지의 로건 레먼은 전쟁의 무자비함을 가슴으로 느끼며 성장하는 신병 역할로 시선을 끈다. 몇 년 전 만 해도 소년 같았던 샤이아 라보프는 이제는 남자가 되어 냉철한 포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로 대도시 경찰의 리얼리티 액션 드라마를 연출하며 주목받은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시대와 장소를 옮긴 '퓨리'에서도 직접 쓴 각본에 제작까지 맡아 새로운 리얼리티 전쟁 액션 영화를 만들었다.

'퓨리'는 적진 한가운데에 놓인 한 대의 탱크와 5명의 대원이 만들어내는 전쟁 액션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다. 개봉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