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독립영화협회(이하 부독협)가 주최하는 '메이드인부산독립영화제'(이하 메이드인부산)가 21~25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다. 현재 국내에는 각 지역에서 주관하는 독립영화제가 열리고 있지만, '메이드인부산'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부산에서 제작된 독립영화만을 경쟁작으로 상영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 경쟁작에 포함되지는 못했으나 관객이 보면 좋을 영화를 소개하는 '어나더 초이스'를 통해 다양한 영화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올해 초 부독협이 사단법인이 되면서 영화제 경쟁 부문의 외연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운영위원들이 회의를 거듭한 결과, 부산의 독립영화가 주인공이 된 영화제가 아니라면 '메이드인부산'을 개최할 근거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다. 이러한 결론이 나오게 된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40회를 맞는 '서울독립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됐고 영화제의 규모도 크기 때문에 한 해의 독립영화들을 골고루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을 제외한 지역의 독립영화들은 제작 환경과 편수가 서울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 인력이 학업을 위해, 상업영화의 스태프로 일하기 위해 지방을 떠나는 것을 말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독립영화제는 전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를 대상으로 경쟁작을 선정하는 한편, 로컬 영화를 위한 시상 제도를 별개로 마련해서 지역의 독립영화를 발굴한다. 반면 부산은 아직 지역에서 제작한 영화로 경쟁을 펼치고 상을 줄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만큼, 이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 것이다.

'메이드인부산'에서 상영하는 섹션 중에 경쟁작과 장편초청작, 어나더 초이스를 제외하면 '인비트윈'과 '딥 포커스'에서 부산을 제외한 지역에서 제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부산에서 영화를 시작한 감독들이 다른 지역에서 제작한 신작을 '인비트윈' 섹션에서 상영하게 되는데, 이 영화들이 지난해에 비해 증가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올해의 영화 7편은 중국, 인천, 강원도, 전주, 서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에 색다른 지역의 정서와 풍경에 따른 관계성이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딥 포커스'는 독립영화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감독들을 초청해서 작품을 상영하고 관객들과 만나는 장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엔 제주도에서 영화를 제작 중인 조성봉 감독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그의 전작을 상영했고, 올해는 꾸준히 성소수자에 관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이송희일 감독을 초청했다. 올해 16회를 맞는 '메이드인부산'은 1999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화제의 이름을 지켜오고 있다. 이름에 담긴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부산이라는 지역성에 관심을 둔 영화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발견하고 기록하려는 의지와도 상통한다. 아울러 어려운 환경이지만 부산에 기반을 둔 감독들의 신작을 기다리는 모두의 마음을 대변한다. 올해 '메이드인부산'의 슬로건은 '우리의 길'이다. 영화를 만들고, 보고, 글을 쓰는 모두가 같은 지역에 터를 잡고 활동하는 것이 곧 우리 모두의 길이 되는 현장에 독립영화의 팬을 초대한다.

영화평론가